병천면 돼지농장 신고 접수된 날 쌍용3동 척사놀이 행사 참가
“축산농가 초상집 분위기인데 흥겨운 잔치판 벌인 셈” 빈축

▲ 구본영 천안시장과 이종담 시의원, 김연 도의원, 엄소영 시의원, 이공휘 도의원(사진 왼쪽부터)이 25일 쌍용3동 척사놀이에 참석해 윷놀이를 즐기고 있다. 구 시장 손에 윷이 쥐어져있다. 이종담의원 페이스북
천안지역에 구제역과 AI 발병 등으로 축산농민들의 가슴이 타들어가는 가운데 구본영 천안시장이 한가롭게 척사놀이 행사에 참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 시장은 지난 25일 쌍용3동 주민자치위원회 주최로 쌍용3동 게이트볼장에서 열린 척사대회에 참석해 주민들과 함께 윷놀이를 즐겼다. 이날 행사는 쌍용3동 지역구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공휘 도의원과 이종담 시의원, 엄소영 시의원, 김연 도의원(비례대표) 그리고 박완주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 천안을)부인 등도 함께했다.

구 시장 일행은 오전 11시40분쯤 행사장에 도착해 점심식사를 하고 쌍용3동 지역 단체장들과 편을 나눠 30여분간 윷놀이를 즐긴 뒤 12시40분쯤 행사장을 빠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구 시장 일행은 척사놀이 직후 행사장 안에 걸려있는 안내 현수막 앞에서 '파이팅'이라며 구호를 외치는 사진촬영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구 시장이 윷놀이를 하던 당일은 병천면 돼지농장에서 13번째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돼 시 방역당국이 초 긴장상태에 돌입된 상황이어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지적이다.

시민 최종설(61·성환읍) 씨는 "한쪽에서는 자식처럼 키운 가축들을 묻어야하는 초상집 분위기인데 다른 한쪽에서는 흥겨운 잔치판이 벌어진 셈"이라며 "머리를 맞대고 지역의 재난을 헤쳐나갈 궁리를 해야할 지역의 리더들이 잔치판을 부추겨 축산농민들을 두번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지역은 지난해 12월 16일 수신면 돼지농장에서 처음 구제역이 발병한 이후 동면 병천면 북면을 거쳐 지난달 26일에는 국립종축원이 있는 성환읍에 14번째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되는 등 가축전염병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월 28일에는 성남면 육용오리 농가에 AI(조류인플렌자)까지 발생하는 등 사실상 지역적 재난상황을 맞고 있다.

이처럼 가축전염병이 확진 되면서 유관순 열사의 고향 병천에서 해마다 치러오던 아우내봉화제 행사가 전격 취소되고, 독립기념관에서 열릴 3·1절 기념식도 충남도청으로 옮겨 거행됐다. 구제역이 발생한 일부 읍면지역도 예정됐던 척사놀이를 전면 취소(성남면 광덕면)하거나 자제(병천면 풍세면)하는 등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구제역이 발병하지 않은) 시내권 행사인데다 주민들의 요청이 있어 불가피하게 참석하게 됐다"며 "구제역 대책에 대해선 늘 머릿속에 담고 있다"고 해명했다.

 천안=전종규 기자 jjg280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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