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김지철 충남도교육감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 놀다보면 하루가 너무나 짧아~~"

놀이를 빼앗긴 아이들이 잃은 것은 무엇일까? 편해문 작가의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라는 책을 읽으며,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놀이를 돌려줄 수 있을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어린 시절 굴뚝에서 저녁 밥 짓는 연기가 날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힘으로 오늘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요즘은 하교 시간에 맞춰 교문에 대기하고 있는 부모님이나 학원 차에 실려 밤늦도록 학원을 찍고 다녀야하는 아이들이 늘면서 해 질 녘 학교 운동장은 사막처럼 고요하다. 왁자지껄 골목의 주인이었던 아이들이 사라지면서, 놀이도 자취를 감추었다.

놀다보면 숱하게 지기도 하고 이기기도 하고, 죽었다가 동무들의 도움으로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이런 경험을 해보지 않은 아이들이 세상에서 무언가에 좌절하게 될 때,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놀이는 패배와 좌절을 비롯한 수많은 상황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그것들을 넘어설 수 있는 마음의 근력, 회복탄력성을 갖게 한다.

회복탄력성은 역경과 어려움을 딛고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힘이다. 어려움과 맞닥뜨렸을 때, 고무공처럼 바닥을 치고 튀어 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유리공처럼 산산이 부서지는 사람도 있다.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의지, 어려움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삶을 지혜를 배워간다.

놀이를 한다는 것은 '함께 한다', '우리 끼리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것이 게임이나 경기와 다른 놀이의 특징이다. 스마트폰 게임의 경우 대부분 혼자서 하거나 사이버 상에서 상대를 만난다.

경기는 심판을 두고 하지만 놀이에서 갈등이 생기면 놀이꾼 끼리 판이 깨지지 않는 선에서 문제를 해결한다. 놀이를 그만 두면 모두가 심심해지기 때문에 갈등해결의 수위는 합의에 의해 자연스레 이루어진다.

편을 나누어 겨루는 놀이에 '깍뚜기', '왔다리갔다리'라는 것이 있다. '깍뚜기'는 놀이 실력이 쳐지거나 몸이 약한 사람, 나이 어린 동생, 뒤늦게 놀이에 합류한 동무들을 끼워주는 속 깊고 정겨운 배려의 문화다.

또 놀이꾼이 홀수라서 짝을 나누고 한 명이 남을 때도 '깍두기'를 뽑아 놀이에서 소외시키지 않았다. 요즘은 어떤가? 놀이를 빼앗긴 아이들이 한 명을 뺀 나머지끼리 즐기기 위해 만든 놀이가 '왕따'라고 한다.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 '하루를 잘 논 아이는 짜증을 모르고, 10년을 잘 논 아이는 마음이 건강하다'고 놀이밥 삼촌 편해문은 말하고 있다. 아이들이 놀기에 좋지 않은 날은 없다. 아이들이 놀 수 없는 날은 아픈 날 뿐이다. 그러니 놀이를 빼앗긴 아이들은 아플 수밖에 없다.

'EBS 다큐프라임, 놀이의 반란'에서는 놀이의 가치와 본질을 찾는 긴 여정에서 깨달은 것은 아이의 인지능력, 사회성, 창의성이 완성되는 곳은 학원이라는 울타리가 아니라 또래 친구들과 건강하게 뛰어 노는 놀이터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의 감동이 떠오른다. 2교시 끝난 후, 전교생에게 주어진 20분의 놀이시간으로 학교 전체가 신나는 놀이터가 되어 있었다. 교실, 운동장, 화단 등에서 사방치기, 모래놀이, 색깔 찾기 놀이를 하면서 뛰고 웃고 소리치는 학생들의 표정을 혼자만 간직할 수 없어 충남의 교육가족에게 편지를 썼다.

'선생님께 드리는 김지철의 편지(넷)'를 통해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일과 중 놀이시간 편성, 중·고등학교는 동아리 활동과 스포츠클럽 활동을 통해 학생들에게 하루 한 끼 놀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보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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