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이 그린 추모 그림에서 시작 교장·미술교사·대학생 함께 제작

▲ 2일 천안 목천 중 고등학교 교정에 세워진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천안 목천중고 제공
유관순 열사의 고장인 천안의 한 고등학교에 일제의 만행에 희생된 위안부 할머니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천안 목천 중·고등학교(교장 최인섭)는 2일 오전 11시30분 학교 교정에서 학생과 독립유공자, 주민 등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위안부 할머니를 기리고 일제 만행을 알리기위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가졌다.

이날 제막식은 천안 출신으로 광복회원인 독립유공자 조동빈옹(91)이 참석한 가운데, 학생 대표와 조 옹의 소녀상 헌화와 기미 독립선언문 낭독, 만세 삼창 순으로 진행됐다. 이 소녀상의 제작은 지난 1월 말 이 학교 2학년 김민지(여 17)학생이 위안부 할머니를 추모하며 그린 그림에서 비롯됐다.

김 양은 겨울방학 기간 중 학교에서 마련한 역사 특강을 듣고 일제의 만행에 희생당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가슴에 새기면서 자신의 스케치북에 소녀상을 그렸다. 이 작품을 우연히 보게 된 최 교장은 미술담당 김정미 교사와 상의, 김 양의 작품을 밑그림으로 소녀상을 만들어 산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자고 뜻을 모았다.

이후 김 교사는 자신의 모교인 한국교원대 미술교육과 후배들에게 재능기부를 요청,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 대학생들이 한달여간 공을 들여 소녀상을 제작했다. 평화의 소녀상 뒷면에는 "아리따운 소녀들에게 자행한 비인권적 행위에 진심어린 사죄와 피해 할머니들의 인권과 명예회복을 촉구한다"며 "일본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아 역사의 진실을 알려 남북이 통일해서 전쟁 없는 나라, 다시는 후세에 끔찍한 고통을 겪지 않는 대한민국을 염원한다"는 글귀가 써 있다.

최인섭 교장은 "일본에 진심어린 사죄를 촉구하는 동시에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을 역사교육의 자료로 활용하고, 학생들의 올바른 역사의식을 함양하기 위해 소녀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목천고가 위치한 목천읍은 민족의 성전 독립기념관이 있으며, 유관순 열사의 고향인 병천면과 경계한 곳으로 1919년 3월 14일 천안 최초의 독립만세운동이 전개됐던 곳이다.

천안=전종규 기자 jjg280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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