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 박헌오 대전문학관장

우리나라의 자연 순환과 우리민족의 역사 속에서 3월은 특별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만물이 살아나는 봄의 시작이므로 소생이라는 배경을 지니고 있고, 우리 민족이 꽁꽁 얼어붙었던 혹한기, 망국의 한을 겪었던 일제강점기에 총칼 앞에서 독립의 당위성을 선포하면서 3·1운동을 일으켰기에 특별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3·1운동의 역사는 오늘의 독립국가 정신으로 흐르고 있는데 그 타오르는 정신과 투혼이 원형대로 지속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다짐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해마다 3월이 오면 우리는 총체적으로 애국심을 점검하고, 애국·애족의 지도를 다시 그리는 국민적 쇄신이 있어야 한다. 애국의 정신이 혼탁해지고, 애국의 길을 멀리 이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살펴보고 바로잡아야 한다. 추상적인 이야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온 국민이 자신이 함께하는 조직과 단체에서 그리고 각자의 위치에서 소임을 지각하고,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3·1절 기념식장에 모여서 3·1절 노래를 한번 부르고 끝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나는 20년 전에 대전시 문화계장으로 재직하면서 해마다 모여서 3·1절 노래를 부르고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끝나는 기념행사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3·1절의 의미를 어떻게든 되새길 수 있는 행사계획서를 작성해 결재를 득한 후 이를 추진했다.

만세운동의 유적지인 인동장터에서 만세운동을 재현하는 현장행사를 처음으로 개최했다. 독립운동 유공자를 앞에 모시고 연극협회를 중심으로 예술계 인사들과 일부 뜻있는 학생들의 참여하에 만세운동을 극으로 재현하고, 인동 장터 주민들과 함께 거리에서 만세행진과 일경의 저지만행을 실감있게 연출하는 행사에 기관 및 단체장들은 물론 시민들이 대거 참여하는 행사를 가졌다. 그 후 인동장터 만세행사는 역사적 고증에 의해서 3월 16일임을 살려 해마다 동구에서 3· 16 만세운동 재현행사로 이어나오고 있어 다행한 일이다. 문득 전국 각지에서 일어났던 그 3월의 만세운동을 나름대로 되새길 수 있는 행사를 온 국민이 함께 만들면서 민족의 앞날을 위해 충의를 다지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온 세계가 추앙하는 영웅 충무공의 뒤를 이어가는 부끄럽지 않은 후예가 되기 위해 국군이 전선에서 발사하던 함포가 막히는 것 같은 부끄러운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전열정비를 완수하는 3월, 독립운동에 몸 바친 가족들은 물론 올바른 나라의 질서에 따라서 정직하게 살아오는 가난한 사람들 곁에서 기회주의적 이익을 탐하여 부를 누리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면 최소한 선한 보답을 실천 하는 3월, 나라를 위하여 강력한 주장을 하다가 논쟁이 격화되어 결국은 당파싸움이 되고 분열과 파국을 아랑곳하지 않는 정쟁으로 나라까지 송두리째 잃어버렸던 역사를 성찰하면서 바른 정치를 펼치는지 살펴보고 혁신하는 3월이 돼야 한다.

식민치하에서는 무자비한 억압과 살상을 당하며 옴짝달싹 못하다가 자유를 찾았지만, 진정 자유권을 올바로 누리고 영원히 지킬 만큼 질서를 스스로 확립하고 있는지 독립정신의 거울에 때때로 비춰봐야 한다. 우리들의 3월은 엄청난 배경을 안고 있다.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과제들을 찾아 바로세우는 전기를 만들어 가기를 소망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