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찬 충남도 기획조정실장

올해는 자치단체장을 주민의 손으로 뽑기 시작한 지 20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지방자치도 어느덧 성년의 나이에 접어든 것이다. 그러나 성년을 맞이한 지방자치의 현주소는 그렇게 희망적이만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사극을 보다 보면 가끔씩 나이 어린 임금이 왕위에 오르게 되면 성인이 되는 일정기간 동안 왕의 어머니나 할머니가 왕의 뒤쪽에 발을 내리고 앉아서 왕을 대신해서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이 소위 발을 내리고 정사를 듣는다는 의미에서 '수렴청정(垂簾聽政)'이라고 한다.

그동안의 지방자치 모습을 가만히 되돌아보면 사극에서 봐왔던 수렴청정의 모습과 오버랩되는 느낌을 받는 것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지방자치라는 이름하에 시·도지사와 시장·군수를 선출은 하였으나, 지역의 중대사는 법령과 제도, 예산 등의 수단으로 중앙정부가 결정하는 형국이었던 셈이다.

성년을 맞이한 지방자치도 이제는 이에 걸맞는 새로운 모습이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지방자치 발전을 얘기하면 대체로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자치행정권 등 지방자치단체의 독립성과 자율성만을 강조해 오곤 하였다. 지방자치를 이야기하면서 그 주인이 되는 주민에 대해서는 덜 강조된 측면이 있다. 성년을 맞이한 지방자치는 주민이 스스로 참여하고 주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새로운 지방자치의 모습이어야 할 것이다.

필자가 8년 여 만에 충남도민의 부름을 받고 도청에 돌아와 보니 충남도는 이러한 도민의 도정참여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2600여명의 도민들이 도정 각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도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참여민주주의를 실천해 가고 있었다.

그 첫 번째가 정책 제안 및 제도개선 분야에 대한 참여다. 도정 주요정책에 대한 설문조사와 정책의 지원·지지 역할을 수행하는 범도민정책서포터즈가 현재 978명이 활동하고 있다. 또한 도 시책에 대한 제도개선사항, 도정발전을 위한 정책제안 등의 역할을 하고 있는 114명의 도정모니터도 왕성한 제보 활동을 하고 있다.

두 번째가 도정 평가와 감사분야에 대한 참여다. 현재 도정 주요사업에 대한 평가 활동을 담당하는 도정평가단이 6개 분과위원회에 185명으로 구성돼 체계적인 현장평가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도민과 함께하는 참여형 감사제도 정착을 위해 70명의 도민감사관이 도민 불편사항과 공무원 부조리 근절 등을 위해 암행어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세 번째가 예산편성 과정에 대한 참여다. 현재 도민참여예산 위원으로 40명의 도민이 활동하고 있으며 예산편성시 도민의견 수렴 및 사업 우선순위 결정은 물론 예산편성 과정에 있어서 시어머니 역할을 다 하고 있다.

네 번째가 도정 홍보분야에 대한 참여다. 먼저 10대부터 70대까지 930명의 도민리포터가 활동하고 있다. 충남넷 홈페이지상에서 자발적으로 충남의 역사, 문화, 관광, 특산물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여 홍보하는 등 행복충남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한 미래 지역사회의 주역이될 대학생들에게 도정참여와 지역사회 경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 26명의 대학생 정책기자단을 처음 선발해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환경분야에 대한 참여다. 매년 65세 이상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환경감시활동 등을 수행하는 실버환경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에도 248명의 실버환경봉사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렇듯 충남도는 도민 누구나가 마음만 먹으면 도정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더 창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도민 여러분! 도정의 문을 두드려 주십시오. 그러면 참여의 문이 활짝 열릴 것입니다". 지방자치 발전의 원동력은 주민 참여에 있다는 신념으로 앞으로도 충남도는 참여민주주의 확산을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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