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전총리 묘비문 작성
부인에 대한 애절함이 절절

▲ 김종필 전 총리가 마련한 박영옥 여사의 납골당 묘. 부여=유광진 기자

김종필 전 총리는 고향인 충남 부여군 외산면 반교리 선영에 가족 납골묘가 있다. 육군 장성 출신으로 당연히 국립묘지에 묻힐 수 있지만 고향인 부여 선영에 가족과 함께하기로 한 것이다. 

김 전 총리는 주변에 자신의 정치 인생 역정을 이야기하며 "이제 생로병사(生老病死) 중 사(死)만 남았다.

고심 끝에 국립묘지보다는 조상과 형제들이 있는 고향에 가기로 했다"고 언론매체에 전하기도 했다.

21일 별세한 부인 박영옥 여사도 25일 화장 후 이곳에 안장될 예정이다. 김 전 총리는 평소 본인이 세상을 떠나면 부인과 함께 묻히겠다는 뜻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가 가족 납골당에 세우기 위해 준비한 묘비에는 부인에 대한 애절함이 가득 담겨 있다. 납골묘에 세워진 묘비문은 김 전 총리가 직접 짓고 행서체(行書體)의 대가인 국회 서예지도자 청암 고강 선생이 썼다.

묘비는 ‘思無邪(사무사·생각이 바르므로 사악함이 없다는 뜻))를 인생의 도리로 삼고 한평생 어기지 않았으며 無恒産而無恒心(무항산이무항심·생산이 없으면 마음도 없다. 

경제적인 생산이 없으면 평정한 마음 유지도 기대할 수 없다)을 치국의 근본으로 삼아 국리민복과 국태민안을 구현하기 위하여 헌신진력 하였거늘, 만년에 이르러 年九十而知八十九非 (년구십이지팔십구비·아흔에 돌아보니 여든 아홉이 아니었구나 하는 것을 안다)라고 嘆(탄)하며 數多(수다)한 물음에는 笑而不答(소이부답·물음에 답하지 않고 그냥 웃기만 한다)하던 者, 내조의 덕을 베풀어준 永世伴侶(영세반려)와 함께 이곳에 누웠노라’고 적혀있다. 

박영옥 여사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여 가족묘에는 인근의 친척들과 애도의 뜻을 간직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김 전 총리는 21일 고인의 마지막 길을 의료진을 모두 물리고 혼자 배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고인이 병원에 입원한 직후 본인도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신세이면서도 매일 병상을 지켜온 김 전 총리는 의료진이 임종이 가까워왔음을 알리자, 모두 자리를 비켜달라고 요청한 뒤 마지막까지 부인의 손을 잡고 임종을 지켰다고 조용직 운정회 사무총장이 전했다. 

김 전 총리는 부인에게 마지막으로 입맞춤했고 이어 곧바로 고인이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64년전 아내에게 선물한 결혼반지를 목걸이에 매달아 떠나는 아내의 목에 걸어줬다고 한다.

김 전 총리는 임종을 지킨 후 과거 결혼식 당시 고인의 작은아버지이자 자신의 상사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결혼 선물로 황소 한마리를 보낸 일화 등을 회상하며 "허무하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고 조 사무총장은 덧붙였다.

김 전 총리는 "(장지에) 거기 나하고 같이 나란히 눕게 될거다. 먼저 저 사람이 가고 (나는) 그 다음에 언제 갈지…. 곧 갈거에요 난. 외로워서 일찍 가는게 좋을 것 같아요"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또 임종 때 아내에게 "나도 머지 않은 장래에 가야 하니까 외로워 말라고 편히 쉬라고 했다"고 소개하며 눈물을 훔쳤다. 박근혜 대통령과 사촌 자매 지간이지만 교류가 그다지 빈번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여=유광진 기자 k7pe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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