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오 원불교 충북교구장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세월호 참사 등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많았다. 그 중에서도 사회적 관심을 모았던 이슈 가운데 이른바 '갑질'이라 불리는 갑의 횡포를 빼놓을 수 없다.

누리꾼들이 뽑은 지난해 최고의 '갑질'은 대한항공 땅콩회항사건, 서울시향 대표의 막말사건, 아파트 경비원 분신사건, 아파트관리비 0원사건, 모 국회의원의 대리기사 폭행사건 등이다. '갑질'이라 불리는 갑의 횡포 뒤에는 남모르게 흘리는 을의 눈물과 아픔이 있다. 기업, 학교, 군대 할 것 없이 자신의 힘이 우월하다고 착각해 을에게 가해지는 갑의 언어적·정서적 폭력은 사회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일까. 사람들은 갑이 되고자 하고, 갑이 되면 그 보다 더한 '갑질'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갑 위에는 슈퍼갑이 있기 때문에 영원한 갑은 없다.

갑의 횡포는 해가 바뀌어도 계속되고 있다. 고객이 알바 주차요원, 백화점과 마트직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고 경찰청 간부가 부하에게 심한 욕설을 하기도 했다. 갑과 을은 괴롭히고 괴롭힘을 당하는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갑이 있어 을이 있고 을이 있어 갑이 있다. 상극으로 치닫는 갑과 을의 문화를 상생의 문화로 바꿔야 한다.

원불교 소태산 대종사님은 갑과 을이 서로 돕고 존경해야 영원한 강자가 될 수 있다고 하셨다. 말씀하시기를 "갑 동리가 영원한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을 동리를 돕고 강하게 되도록 이끌어줘야 하며 을 동리는 갑 동리를 존경하고 배워서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이 세상에는 영원한 갑도, 영원한 을도 없다. 갑이 변해 을이 될 수도 있고 을이 변해 갑이 될 수도 있다.

'갑질'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는 '갑질'을 허용하지 않는 상생의 문화가 뿌리를 내려야 한다. 갑은 강자요, 을은 약자라 할 수 있다. 강자는 약자로 인해 강의 목적을 이루고, 약자는 강자로 인해 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의지하고 서로 도움을 줘야 한다. 이것이 강자와 약자가 함께 진급하는 길이며 영원한 세상의 강을 유지하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점원의 이름을 부르며 정중하게 커피를 주문하면 50%를 할인해주는 커피전문점이 생겼다. 고객과 점원이 갑과 을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상대방을 대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서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은혜가 있고 사랑이 있다.

한량없는 은혜 가운데 살면서도 그 은혜를 알지 못한다. 갑과 을의 관계도 알고 보면 자리이타의 큰 은혜가 작용하고 있다. 갑이 잘 돼야 을이 잘 살 수 있고 을이 잘 돼야 갑이 더욱 번영 할 수 있다. 돈과 권리가 지배하던 선천 시대가 끝나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밝은 세상이 됐다. 그동안 갑의 횡포에 당하기만 했던 을의 저항과 반격이 시작되고 있다.

갑의 횡포가 없는 세상, 갑과 을이 상극이 아닌 상생으로 만나는 선진사회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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