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식 충남도 국제관계대사

"외교관은 연봉이 얼마에요?" "생활여건이 어렵고 내전이 있는 위험한 나라 아프리카 수단에 왜 대사관을 유지하고 있나요?" "외교관이 되려면 몇 개 언어를 해야 하나요?" "브라질엔 왜 두 번씩이나 가셨어요?" "제일 보람 있었던 기억은요?"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외교관 체험 및 진로강의를 갈 때마다 거의 빠지지 않는 질문들이다. "외교관은 말이야, 주재국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해야하고 주재국 사람들과 접촉이 많은 업무 특성상 국가가 일정부분 지원을 하고 주재국에서도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라 특권과 면제를 부여한단다." "연봉은 얼마라고 말하기 어렵고 각자 생각에 차이가 있지만 이 외교관 아저씨는 보수보다도 내가 현재하고 있는 일과 환경에 늘 만족한다고 생각한단다.

지난해 3월 천안 두정고를 시작으로 '중·고등학교 외교관 진로 및 체험강의'를 시작해, 12월 논산 연무중학교를 마지막으로 39개 학교 강의를 모두 마쳤다. 전교생이 50명도 안 되는 작은 학교에서 500명 이상 되는 큰 학교까지 충남 소재 중·고등학교를 두루 돌아보면서 다양한 환경의 학생들과 대화해 볼 수 있었다.

봄철에는 야산 개나리, 진달래, 벚꽃과 함께,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한창인 지방도로를 따라, 당진에서 서천, 서산에서 논산, 공주, 천안까지 철따라 색을 바꾸는 아름답고 활기찬 충남의 진수를 만끽했다. 충남 곳곳을 다니면서 열사, 의사, 사상가, 독립투사들을 유난히 많이 배출한 자랑스러운 고장임을 알게 되었으며, 충절의 고장이요 의리와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지역임을 새삼 느끼게 됐다.

39개 학교 학생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나 던졌다. "한국은 선진국인가요?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면 손들어 보세요." 약 30%가 손을 들었다. 학생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부족, 교육문제, 청년실업, 빈부격차, 도농격차, 복지수준, 노인빈곤, 안전 불감증 사건사고 문제 등등을 봇물 터지듯 쏟아내며 저마다 선진국으로 한국이 불려지기 위해서는 아직 2%가 부족하다고 이구동성이다.

"그 2%가 무엇일까요? 선진국이 되려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얼까요?" 필자는 학생들에게 재차 질문을 던졌으며 모두 우리 문화의 선진화와 세계화(국제화)가 가장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우리 청소년들의 세계를 보는 안목은 예리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필자가 브라질 상파울루 주립대학에 한국(어)학과에서 했던 말도 생각난다. "외교관은 험지·오지를 각오해야 해. 전쟁과 내란이 있는 곳에도 가야하고, 치안이 극도로 불안한 나라에도 가야합니다." "어디선가 총구가 들이닥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운전 중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나라도 있고, 하붑(모래폭풍)과 싸우며 고온(섭씨 50℃)과 물 부족, 식량부족의 고통을 견뎌야 하는 나라도 허다한데, 외교관과 그 가족들도 예외 없이 이런 상황을 견뎌내야 합니다." "이제 대한민국보다 생활수준이 높고 치안이 안정돼 있는 나라는 유엔회원국 약 190개국 중 3분의1도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너무 험지, 오지 공관 위주의 외교관 체험을 학생들에게 얘기한 것 같아 약간 미안한 감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충절의 고장 충남에서 충직하고 능력 있는 외교관들이 많이 나와 제2, 제3의 반기문이 배출되기를 기원해 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