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우 대전성모병원 뇌신경센터 소장

최근 들어 우리사회는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으며 어떤 통계에 의하면 결혼하는 커플 중 약 50%가 이혼을 한다.

이처럼 이혼율이 서구의 선진국들과 같은 수준으로 접근해 가고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참고 사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며 좀처럼 이혼을 하지 않던 노년층에서도 소위 황혼 이혼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이혼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이혼하는 부부마다 저마다의 속사정이 있겠지만 그래도 가장 많이 내세우는 이혼의 원인은 '성격차이'다.

그러나 세상에 성격이 차이나지 않는 부부가 얼마나 되겠는가. 오히려 성격이 같은 부부가 손꼽을 정도일 것이다.

문제는 상대방이 나와는 다르다는 것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이것이 부부관계의 성패를 좌우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남자와 여자는 분명히 다르다. 그것도 처음부터 아주 다른 존재로 만들어졌다. 필자가 전공하고 있는 뇌 과학의 발달은 오늘날 남자와 여자의 두뇌가 얼마나 다른지를 과학적으로 밝혀주고 있다.

한가지 예를 들면 뇌에는 좌 뇌와 우 뇌를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뇌량이라는 구조가 있는데 이를 MRI로 찍어보면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두껍게 발달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좌 뇌와 우 뇌사이의 정보 교환을 30% 이상 증가시켜 주며 그 결과 여자는 듣고 말하면서도 얼마든지 읽을 수 있는 이른바 다중처리가 가능하다.

또 여자는 말할 때 양쪽 뇌를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에 말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만일 사고로 어느 한쪽 뇌가 손상받는다 하더라도 언어기능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많다.

이에 반해 남자의 뇌는 한번에 하나씩만 사용하도록 구조화돼 있고 언어중추가 있는 좌 뇌가 다치면 거의 평생 언어기능이 마비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여자들은 좌 뇌와 우 뇌를 동시에 쓰기 때문에 오른쪽과 왼쪽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좌회전을 한다고 하면서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는 일이 여자 운전자들에게는 종종 일어나고 지도를 거꾸로 든 상태에서는 방향을 잘 잡아내지도 못한다.

이와는 달리 먼 옛날부터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멀리 사냥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던 남자들은 공간지능이 뛰어나 지도를 보고 길을 찾는다든지 후진주차와 같은 일들을 능숙하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건강한 부부관계는 이렇게 두 사람이 처음부터 전혀 다르게 만들어 졌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세상의 남편들이여, 우리는 말로 여자를 당할 수 없다. 그러므로 퇴근해 돌아와서 아내들이 무엇인가를 계속 이야기 하려고 할 때에는 일일이 따지지 말고 그저 가만히 끝까지 들어준 뒤 "힘들었지" 한마디 하고 가만히 안아주도록 하자.

그대는 현명한 남편으로 존경받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의 부인들이여, 그대들은 남자에게 말을 걸어 대꾸하지 않고 침묵할 때는 화난 것이 아니라 그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골몰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야 한다. 그럴 때 이유를 캐묻고 도와주려고 들기보다는 혼자 있도록 가만히 내버려 둔 채 맛있는 저녁상을 준비해 내놓아 봐라.

그대는 이해심이 깊은 여자로 사랑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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