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김용찬 충남도 기획조정실장

지난 일주일 내내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는 실국과장과 공공기관장들이 도민과 도지사 앞에서 진땀을 흘리는 풍경이 벌어졌다. 이른바 실국과장 직무성과계약과제에 대한 인터뷰가 있었던 것이다.

충남도는 2013년부터 매년 도지사와 실국과장들이 그 해에 추진할 주요업무에 대해 계약을 맺어 도민에게 공개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도지사가 실국과장을 대상으로 직접 인터뷰를 실시하여 계약과제를 확정하고 있다.

실국과장 대부분이 30년이상 행정을 수행한 베테랑들임에도 불구하고 도지사의 날카로운 질문에 말문이 막히곤 하였다. 도지사와 부지사는 이번 인터뷰 준비를 위해 주말에도 실전 학습을 했다고 한다. 이번 인터뷰를 참관한 도정평가단과 범도민정책서포터즈 위원들 역시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해 보여주기식으로 인터뷰를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참관을 했다가 인터뷰 내내 쏟아내는 도지사의 질문 공세를 보고 놀랐고, 저녁 늦게까지도 수요자인 도민의 관점에서 정책의 완성도를 높여나가기 위해 치열하게 토론하는 것을 보면서 도정에 대한 신뢰가 더욱 높아졌다는 후문을 들었다.

필자 또한 충남도 기획조정실장으로 발령 받은지 3일만에 인터뷰에 응했으나 신임 실장이라고 봐주기는 커녕 정책조정실장으로서의 역할에 비해 제시한 계약과제가 미흡하다며 여지없이 퇴짜(?)를 맞았다. 도민의 대표자인 도지사에게 혹독한 신고식을 치룬 셈이었다. 필자가 보기에는 충남도에서 실시하고 있는 실국과장 직무성과계약 인터뷰야 말로 정책분야에 대한 '충남형 인사청문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기획조정실장은 실무적으로 도의 모든 실·국의 업무를 총괄·조정하므로 업무영역이 매우 넓다. 그렇다보니 발령 초부터 정신없이 현안업무에 매몰되는 경우가 그동안의 관례였다. 필자에게는 이번 인터뷰가 과연 기획관리실장이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첫 번째 책무는 도정의 종합 기획·관리·조정 기능일 것이다. 도정과제 관리시스템을 통해 주요 도정을 누수없이 관리하고, 이미 수립된 258개의 중장기계획과 764개의 도정지표들을 꼼꼼하게 점검해 나가야 한다. 특히, 무엇보다도 충남의 미래를 위한 정책개발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필자가 기획조정실장 발령을 받고 전임지사께 인사차 방문했을 때의 당부사항 역시 정책개발에 대한 주문이었다. 환황해시대, 충남의 꿈(Dream)인 '환황해경제프로젝트' 과제가 그 출발선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뭐니뭐니해도 충남도의 곳간을 채우는 일일 것이다. 재정이 열악한 충남도로서는 국비와 교부세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충남도는 사상 최대의 국비를 확보한 바 있다. 올해도 그 여세를 몰아가야 한다. 연초부터 일찌감치 발품을 팔아야 할 것이다. 또한 근본적으로는 우리도가 선도할 있는 사업들을 발굴하여 정부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세 번째는 충남형 행정혁신의 지속적인 추진이다. 충남도는 행정혁신의 일환으로 업무누수 제로와 정보공개 100%를 목표로 하는'제로-10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에는 도민 모두가 체감하는 행정혁신 성과를 가시화하는 노력이 있어야 될 것이다. 네 번째는 지속가능한 충남도정의 기반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다.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철학과 가치에 대해 공무원은 물론 도민들과 공유하고, 실천가능한 과제를 하나하나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렇듯 기획조정실장은 충남의 오늘은 물론 미래도 책임져야하는 막중한 자리임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이에 필자는 도민의 행복을 위한 안희정 충남호의'푸른 신호등'역할을 다해 나가겠다는 것을 도민들께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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