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아파트 홍보행사장 투입
부채춤 등 10여분동안 공연
“국제문화교류 협조차원” 해명

천안시의회 요청으로 한중 문화교류를 위해 중국을 방문한 천안시립무용단이 현지 민간 개발회사 주택단지 아파트 분양 판촉행사에 동원된 사실이 알려져 국제적 망신을 샀다.

천안시의회는 지난해말 천안시에 '쑤이닝(遂寧)시 의회 초청 문화행사 참여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

쓰촨(四川)성 쑤이닝시 인근의 문화행사에 무용단을 참여시켜 달라며 항공권 및 체류비 일체를 중국측에서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시립무용단이 공연한 곳은 쑤이닝시가 아니라 그곳에서 140여 km 떨어진 광안(廣安)시인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공연 주최ㆍ주관자도 쑤이닝, 광안시 등 공기관이 아닌 현지 부동산개발회사였다. 주최측은 민간기업인 '광안 녹색저탄소 부동산개발주식회사'였으며, 공연 무대에는 '금수산하'란 현지 개발회사의 신도시 브랜드 간판이 걸려있었다.

무용단이 묵었던 호텔 로비에도 같은 회사가 택지 분양을 홍보하고 있었다. 53~167㎡ 규모의 경치 좋은 아파트 분양 청약을 24일 받겠다는 것이다.

그 홍보판에는 분양을 앞두고 16일 천안시립무용단 공연이 있다는 내용도 적혀있었다. 이 때문에 시의회가 시립무용단을 중국의 부동산개발회사의 분양촉진 행사에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의회를 믿고 국제문화교류차원 협조요청으로만 알고 시립무용단을 참여시켰다"고 말했다. 시의회가 전달 받은 쓰촨성 공연허가 공문에서도 이 행사가 영리목적임을 엿볼 수 있다.

쓰촨성은 이 공연이 '영업성공연 관리조례'을 엄격히 지킬 것과 '임시 영업성공연 허가증'을 받고 공연할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런데 공연단체가 허가 신청 때 '한국예술단'에서 공연장에선 '한국국립(國立)예술단'으로 둔갑돼 있었다.

현지 부동산개발회사가 쓰촨성 당국까지 속인 셈이다. 이날 아파트 분양을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린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행사는 현지 가수 등 예술인이 나와 2시간여에 걸쳐 진행됐으며 천안시립예술단은 부채춤 등 10여분 공연을 했다.

노희준 의원은 “공연을 직접 관람했지만 중국말을 잘 몰라 민간회사가 주최하는 행사인줄 몰랐다”고 말했다. 시립무용단을 대동한 천안시의원 2명도 중국 부동산개발회사 지원으로 광안시 호텔에서 묵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강석·노희준 의원과 한창섭 천안시설관리공단 이사, 충청신문 장선화 기자, 의회 계약직 여직원 등 5명은 한중 문화교류 명목으로 15일 중국 쑤이닝(遂寧)시를 방문, 19일 귀국했다. 의회방문단은 이번 중국방문에 천안시무용단 11명을 대동했으며 공연을 마친 무용단은 17일 먼저 돌아왔다.

천안=전종규 기자 jjg2806@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