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같다가 필요에 의해 뭉침〉

손자(孫子)라는 책은 중국의 유명한 병서(兵書)로서 춘추시대 오나라의 손무(孫武)가 쓴 것이다. 손무는 오왕(吳王) 합려(闔閭) 때 서쪽으로는 초(楚)나라의 도읍을 공략하고, 북방 제(齊)나라와 진(晉)나라를 격파한 명장이기도 했다.

그 내용 가운데 병(兵)을 쓰는 법에는 아홉 가지의 방법 중 최후의 것을 사지(死地)라 한다. 주저 없이 일어나서 싸우면 살 길이 있고, 기가 꺾이어 망설이면 패망하고 마는 필사(必死)의 일이다. 그러므로 사지에 있을 때는 싸워야 활로(活路)가 열린다.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필사의 장(場)에서는 병사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필사적으로 싸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 유능한 용병술(用兵術)은 예컨대 상산(常山)에 서식하는 솔연(率然)이란 큰 뱀의 몸놀림과 같아야 한다. 머리를 치면 꼬리가 날아오고 꼬리를 치면 머리가 덤벼든다. 또 몸통을 치면 머리와 꼬리가 한꺼번에 덤벼드는 것처럼 지휘는 병사들의 세력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예로부터 서로 적대시해 온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타고 건너던 중 강 한복판에 이르렀을 때 큰 바람이 불어 배가 뒤집히려 한다면 오나라 사람이나 월나라 사람은 평소의 적개심(敵愾心)을 잊고 서로 손에 손을 잡고 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도울 것이다. 이 처럼 적의가 있는 사람들이라도 마주쳐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될 때나 또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 서로 뭉치게 되는 것이다.

조금한 일에는 다른 생각이라도 나라를 위한 일에는 모든 국민이 오월동주(吳越同舟) 의견일치가 필요하다. 우리도 백인백색의 전문적인 일을 하지만 평화통일을 위한 일에는 모두가 힘을 모아 세계 속에 더욱 우뚝 솟는 안정된 대한국가로 자리 잡을 것이다.

<국전서예초대작가·前대전둔산초 교장 청곡 박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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