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일순 경제2팀장

오는 3월 서울에서 광주까지 90분대에 이동할 수 있는 호남고속철도가 개통한다. 호남지역도 이제 반나절 생활권에 들게 되는 것이다. 2004년 경부고속철도 개통으로 영남지역이 반나절 생활권에 접어 든지 11년 만에 호남고속철도가 개통해 호남지역도 수도권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이른바 ‘직장생활권’에 들게 됐다.

서울에서 아침을 먹고 호남고속철를 이용해 광주로 이동해 간단한 일을 보고 다시 서울로 돌아와 점심을 먹는 것이 가상현실이 아닌 실제로 가능해진 것이다.

‘역 Y자형’ 경부·호남고속철도로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 되면 여행과 레저, 문화 분야에서의 파급 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또 경부·호남고속철도의 분기점인 충북 오송역을 비롯해 광주송정역 등이 역세권 개발로 이동인구가 몰리고 다양한 상권이 형성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긍정적인 기대감과 희망이 팽배해야 할 시점에 호남고속철의 서대전역 경유 여부가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되며 호남고속철도가 지나는 충청권과 호남권 간 대립국면을 초래하는 등 장밋빛 환상을 얼룩지게 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지역 간 갈등 양상이 더욱 증폭되는 모양새다. 코레일이 국토교통부에 호남고속철 운행편수 중 20%를 서대전역을 경유하는 운행계획안을 제출하면서 호남권에서는 저속철 전락 우려를 들어 서대전역 경유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호남권 광역자치단체장들이 공동성명을 냈고, 호남권 국회의원들은 21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호남고속철 서대전역 경유 방안에 반대 입장을 전달하는 등 정치력이 총동원되고 있다.

더구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전북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호남고속철 서대전역 경유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는 얘기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 와중에 새정치민주연합 당권 도전에 나선 박지원 의원이 과거 호남고속철 서대전역 경유에 찬성하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며 호남권에서 비판 여론에 시달리다 박 의원이 긴급 해명에 나서는 등 과열양상이 도를 넘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전에서도 새누리당 대전시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대전시당이 논평을 내고 호남고속철 운행에 따른 경제성과 호남권과의 상생 발전, 기존 이용객 수요 등을 감안해 서대전역 경유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호남고속철을 운행하는 코레일에서 서대전역 경유 방안 계획을 세운 이유로는 8조 3500억원이 투입된 대규모 사업으로 수익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고, 기존 대전권 이용객 현황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2월 호남고속철도 운행계획을 최종 확정하는 국토부도 수요와 건설부채 상환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지역이기주의에 빠지거나 정치적인 논리와 무관한 사안에 대해 정치권이 과도하게 개입해 잘못된 결정이 내려지면서 막대한 세금이 낭비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호남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또 다시 이 같은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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