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김철준 대전웰니스병원 병원장

최근 미국의 유명한 병원인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혁신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병원의 어마어마한 외형적 규모나 임상진료 실적도 놀랍기는 하지만 정말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병원이라는 보수적이고 정형화된 조직이 지속적인 혁신을 이루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매우 조직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었고, 이러한 활동이 이 병원의 탁월성을 제공하는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었다.

진료를 하다보면 여러 가지 기존치료법이나 약물, 장비, 기구 및 소모품 등에 대한 부족한 점이나 문제점을 발견할 때가 있다. 치료결과를 좋게 하는데 부족한 것이 눈에 뜨이면 의사로서도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의료인은 진단을 하고, 제약회사의 약을 처방하거나 의료장비를 만드는 회사의 장비를 활용하고, 소비하는 소비자로서의 역할이었다. 그러나 의료수준의 발전에 부응할 아이디어의 생산과 소비가 한 장소에서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기술개발 후 활용까지의 시간적 지연에 따른 불편이 점차 가중되고 있다.

다른 누군가가 의료현장의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시켜주지 않으면 불만이 있으면서도 계속 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앞으로의 의료인은 의료기술의 단순제공자로서만이 아니라 동시에 의료서비스 시장의 창출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현재 그다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만 대학입시에서 의학계열의 인기가 하늘이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우리나라가 한창 발전을 거듭할 때는 이공계 출신 등이 국가 경제발전의 선두에 서서 많은 훌륭한 역할을 수행하였음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기술을 통한 국가경제발전의 선례를 본다면 의학계열학과에 그만큼 우수한 인재가 들어온다고 봤을 때 그들에게 훌륭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줘야 하는 게 당연할 것이라 생각한다.

얼마 전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를 통해 의료분야를 보다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시키려는 정부의 시도가 있었지만 오히려 다른 전공자들도 기존 이공계 전공을 포기하고 의학계열로 몰려드는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한다. 의료계가 직업적으로 몇가지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최고의 인재들이 오랜 기간 동안 공부하고 연구한 결과가 의학전문대학원 또는 의과대학을 거친 후 동네에서 개인의원을 하면서 평생을 지내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손해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들에게 개인적 발전 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와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속적인 혁신과 연구개발은 대학의 대형병원 몇 곳을 빼면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 민간 의료계의 평균값이다. 사실상 교육과정 중에 의료기술 혁신과 도전보다는 의료공급자로서의 교육과 훈련에 충실하다보니 우리시대에 맞는 의료혁신자로서의 자질은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은 자신들만의 병원이익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료기관들과 협력해 이러한 생산적 모델이 미래 의료산업의 척도임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우리지역 병원의 의료산업적 아이디어를 산업권리화하고 인근에 의료산업 관련업체가 입주해 고용이 창출과 지역의 생산성이 증가한다면 의료기술발전이 지역 및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더욱이 대전처럼 의료기관과 과학연구기관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라면 의료기관의 발전과 더불어 국가적 이익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의료국제화가 급진전되면서 바로 우리의 옆에는 은하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중국이라는 최대의 의료소비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무슨 말이 더 필요할 것인가. 우리 주위를 유심히 살피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모아 작은 규모로라도 적극적인 시도를 해볼 일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