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 조원오 원불교 충북교구장

‘처세에는 유한 것이 제일 귀하고 강강함은 재앙의 근본이니라 말하기는 어눌한 듯 조심히 하고 일 당하면 바보인 듯 삼가 행하라’

선현께서 후세 사람들로 하여금 돌아오는 난세에 무사히 살아가기를 염원하며 내려주신 비결 가운데 하나이다. 을미년 새 해가 밝았다. 올해는 동물 가운데 유순하다고 알려진 양의 해이다.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양띠의 특성은 유순하고 자비로우며 친절하고 이해심이 많다고 한다.

어렵고 힘든 요즘, 친절하고 이해심 많은 사람들이 우리 이웃에 더 많이 살았으면 좋겠다.

또한 을미년 새 해에는 안전한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다. 국민 모두가 안심하고 각자의 일터에서 땀 흘려 일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았으면 더욱 좋겠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고 했다. 부드러움의 상징으로 떠오르는 것이 물이다. 물은 세상 만물을 기르면서도 스스로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물은 우리에게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겸손, 막히면 돌아가는 지혜, 구정물 까지도 받아주는 포용력을 가르쳐준다. 물은 또한 어떤 그릇에도 담길 수 있는 융통성, 바위도 뚫는 인내와 끈기, 폭포처럼 떨어지는 용기, 유유히 흘러 바다를 이루는 대의를 보여준다. 원불교 교조 소태산 대종사님은 용맹 있는 사람과 재주 있는 사람을 경계하셨다. 말씀하시기를 “용맹 있는 사람이 강적을 만나기 쉽고 재주 있는 사람이 일 그르치기 쉽나니라(대종경 요훈품 8장)"고 하셨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자면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나 이를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재앙이 따를 수 있음을 경계해주신 말씀이다. 무슨 일에 성공하려면 모자라거나 지나침이 없어야 한다. 용맹이 지나치면 만용이 되고 재주가 지나치면 술수가 된다.

사리를 분간하지 못하고 함부로 날뛰니 만용이요, 괴이한 재주를 부려 쓰니 그것이 술수가 아닌가. 크고 잘 자란 나무는 베어가거나 거센 바람에 쉽게 부러지고 뿌리 채 뽑힐 수 있다.

그러나 부드럽고 약한 풀은 바람에 흔들릴지언정 부러지지 않는다.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물에서 유연함과 겸손, 그리고 기다림을 배우자.

물은 흘러가다 웅덩이를 만나면 가득 찰 때까지 참고 기다린다. 물은 또한 여유로움과 새로움을 보여준다.

살아 있는 물은 멈추지 아니하고 흘러간다. 같은 물처럼 보이지만 오늘의 물은 어제의 물이 아니다. 을미년 새해를 맞아 양의 유순함을 배우자. 부드러움이 강을 이기는 물의 교훈을 배우고 실천하자. 안전하고 행복한 대한민국 건설에 함께 힘을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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