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락 청주시정신건강증진센터장

산후 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은 산모 10명 중 1~2명에게 생길 정도로 비교적 높은 발생빈도에도 불구하고 현재 일반 국민들은 물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산부인과 의사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산후우울증에 따른 산모의 육체적·정신적 불안정과 우울장애는 엄마로서의 기능을 망가뜨릴 뿐 아니라 아이의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정신병적 증상으로 발전하면서 자살이나 영아살해 같은 극단적 선택을 포함해 가족 및 사회에도 끔찍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출산 후 호르몬 변화나 유전적 요인이 관여한다고 하지만 현재까지 확실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고, 과거력상 우울증 병력, 가족과 이웃의 부적절한 관심과 지원, 가족력, 임신성 당뇨, 사회경제적 여건과 산과적 합병증 등이 산후우울증의 발생을 높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청주시정신건강증진센터는 지난해 초부터 모태안여성병원 안치석 대표원장 등과 함께 공동연구를 통해 이런 산후우울증에 대한 치료 연계 및 관리사업을 시작했다. 연구는 임신부에 대한 우울척도로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에딘버러 척도를 사용했고, 점수가 10점 이상일 때 산후우울증으로 진단될 가능성이 높은 검사 양성군으로 분류했는데 302명의 검사 대상자 중 84명이 10점 이상으로 27.8%의 빈도를 보였다. 이는 청주지역의 산후 우울증 빈도가 같은 방법을 사용한 과거의 두 국내 연구인 23%와 26.9% 비율보다 더 높게 보고됐다. 에딘버러 척도 점수 13점 이상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11년 1832명의 산모를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에선 산후 우울증 발생빈도가 12.2%로 보고됐는데, 이번 연구에선 13.6%가 양성군으로 확인되면서 청주지역의 산후 우울증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청주시정신건강증진센터는 양성군으로 나온 산모 84명 모두에게 보다 정확한 정신과적 진단과 치료를 위해 의사의 진료를 권유했지만 단지 3명(3.6%) 만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정신과에 대한 오해나 출산 후 육아 때문에 방문할 여건이 되지 않아 협진이 곤란한 것으로 보여진다. 또, 에딘버러 우울척도를 어느 시점에 시행한 것이 추후 선별검사를 하는데 있어 의미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상 산모의 점수와 설문조사 시점을 비교해 보았다. 출산 후 2주와 6주 주변에 주로 양성군이 분포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통계학적 의미를 찾지는 못했다.

임산부의 산후 우울증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첫째 그 유병률이 생각보다는 높다는 것이고, 둘째 비교적 유용한 선별검사 도구가 있어 출산 전후로 간편하게 검사할 수 있고, 셋째로 조기에 확인하지 못할 경우 신생아와 가족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넷째로 정신건강의학과와의 협진을 통해 적절히 대처하면 그 치료효과가 좋다는 점이다. 산후우울증은 비교적 높은 발생빈도를 보이는 질환인데도 불구하고 현재 산부인과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지 못하고 있다.

임신부의 5~10.5%에서 발견되는 임신성 당뇨의 경우 정기적인 산전검진을 통해 관리되고 있지만, 그 보다 발생빈도가 높다고 알려진 산후우울증은 실제 어느 정도 발생하고 어떻게 검사하며 치료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와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산후 우울증은 주변의 관심과 격려로도 어느 정도 호전이 될 수 있지만 산부인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전문적인 검사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필자는 여성친화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통합 청주시가 출산으로 인해 고통 받는 임산부와 아기들에게 더욱 많은 관심과 의미있는 사업이 시행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