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선경 홍성군의회 의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기억하는가? 1986년 겨울, 한 여학생이 자신의 삶을 포기하면서 우리 사회에 던진 이 문제 제기는 당시 고등학생이던 내게 큰 파문을 안겨 줬었다. 그런데 30여년이 지나 고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로 살고 있는 지금도 이 문제 제기는 여전히 사회적 이슈다.

성적 위주의 획일화된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 밖으로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학교 밖 청소년들은 해마다 6~7만여 명씩 발생하고 있지만 '학생'이 아닌 '청소년'이 되는 순간 이들은 충분한 관심과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 밖 청소년 문제가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정부에서는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각 부처별 지원정책들이 연계되지 않고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충남도의 학교 밖 청소년에 관한 지원과 예산은 충분치 않다는 의견이다. 올해 충남 청소년 예산은 약 66억원이며, 총 예산액의 0.6%로 청소년 1인당 1만 5946원에 불과하다. 내년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사업이 확대돼 예산이 반영됐지만 과연 사업의 혜택을 받아야 할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진정 보탬이 될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상담과 사례 발굴을 위한 실적 위주의 각종 지원 프로그램은 한계를 갖기 때문이다. 분노, 무기력, 낮은 자존감으로 관계성을 넓히는 것을 주저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낯선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면서 규칙적인 프로그램에 스스로 참여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앞선다. 현장에서는 프로그램 내용이 아무리 훌륭해도 교육 대상자들을 모집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아우성이다.

따라서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어서 하는 프로젝트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자기가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해 내는 과정을 통해서 학교 밖 청소년들은 소중한 배움과 성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학교 밖 청소년들이 ‘위기청소년’이 아니라 ‘기회청소년’이 될 수 있도록 촘촘한 그물망을 지역에서 짜야 함을 제안하고 싶다. 최근 몇 년간 전국적으로 다양한 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 지역 곳곳에 사회적 그물코를 만드는 일에 열심을 기울였다. 이러한 마을 만들기 사업과 연계해 각 마을에서 지원정책을 수행하는 것이다. ‘한 아이를 기르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마을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물론 학교 밖의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으면 한다.

학교 밖 청소년들도 다른 청소년들과 동등하게 마땅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 다양한 지원 대책이 그들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제는 학교를 뛰어넘는 교육의 장, 그 장을 채울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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