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백행운 을지대학교 대학원장

겨울이 깊어가고 있다. 겨울은 사람과 동물들의 면역력이 혹독하게 테스트 받는 시기이기도 하다.

사람에게는 독감이, 동물에게는 조류독감과 구제역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바이러스는 정확히 우리의 면역력을 점검해준다고 볼 수 있다.

면역력은 우리 몸 안에 존재하는 자연치유력으로, 병균이나 악성종양을 제거하는 경찰이나 군대 역할을 하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백혈구, 대식세포, T세포, B세포, NK세포 같은 다양한 면역세포들은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질서 있고 조화롭게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약한 면역은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과연 무엇이 면역력을 떨어뜨리는가? 잦은 술자리와 흡연은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 불균형도 문제가 된다.

창피하게도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결핵 사망률이 1위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긴 노동시간으로 인한 과로로 면역력이 저하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지속되는 분노나 우울한 감정 또한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그렇다면 면역력을 높이는 올바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의외로 돈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면역력을 개선할 수 있다. 과음을 피하고 하루 7시간의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춥다고 방 안에만 있지 말고 따뜻한 낮 시간에 20분 정도 산책을 하면 비타민 D 합성은 물론 우울증도 예방할 수 있다.

한국인은 겨울동안 혈중 비타민 D 농도가 정상치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하다. 인스턴트가 아닌 균형 잡힌 식사, 특히 신선한 채소위주의 식사는 매우 중요하다.

또한 저칼로리 식사는 면역력 강화 뿐 아니라 노화방지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노인의 경우 보온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추워지면 면역세포의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기 때문이다.

겨울철 노인사망률은 여러 가지 이유로 급증하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평온한 마음과 사랑, 웃음은 면역세포에 좋은 영양소이다.

한 가지 더 추천한다면, 겨울철 기나긴 밤을 이용해 독서를 해볼 것을 권한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전하는 인생의 지혜를 흡수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면역력 강화는 좋기만 할까? 사실 면역력 과잉 질환도 있다. 비염, 천식, 아토피 등의 알레르기질환과 류마티스 관절염, 전신성 홍반성 낭창 등의 자가 면역 질환이 바로 그것이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우리 아이들이 무균실과도 같은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면 면역세포가 엉뚱하게도 자신의 몸을 공격하기 때문에 아토피가 발생한다고 한다.

때문에 의사들은 아이 때는 약간 지저분하게, 어른이 돼서는 깨끗하게 살 것을 권유한다. 그러니 아이들의 흙장난을 두려워 마시라.

우리는 건강정보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TV에서는 온갖 식품들을 들고 나와서 면역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절대 상술에 휘둘리지 말자. 건강은 부자만이 누리는 전유물이 아니다.

신선한 음식, 적절한 운동, 충분한 휴식 이 3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조물주가 이미 우리 몸에 설계한 면역시스템은 최상으로 작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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