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오 대전문학관장

새해 아침 한 해 동안 마음의 양식으로 삼을 가장 중요한 말을 생각하다가 ‘득의지존(得義持存)’이란 글자를 맞춰 봤다. 필자 나름대로는 만감이 담긴 말이다. 바른 것을 바른 방법으로 가져야 할 사람이 가져야 한다. 가져서는 안 될 것을 탐내지 말아야 하며, 분수에 맞지 않는 것을 가져서도 안 되며, 갖지 않아야 할 사람이 가지는 것도 정의에 어긋나 불행의 원인이 된다. 더불어 바른 방법을 택하지 않고 변칙과 불의와 속임수 같은 방법으로 얻음으로 재앙의 불씨를 만든다. 권력, 지위, 재물, 시간, 공간, 기회 등 많은 경우에 정의롭게 지녀야 덕(德)이 돼 자신을 위해서도 유익하고, 사회적으로도 공의롭게 된다.

다음으로는 얻은 것은 반드시 존귀하게 보유하고 지켜야 한다. 약속을 지켜야 하고, 도리를 지켜야 하고, 품격에 맞는 쓰임새대로 쓰이게 도리를 지켜야 한다. 즉, 지킨다 함은 진리와 정의와 인간애에 맞도록 하는 길을 이름이다. 상식이 기본이다. 상식에도 어긋나는 일을 궤변으로 흔들어 자기 이로운대로 끌고 가는 사람들을 어쩌지 못하고 골목대장으로 모시는 일이 얼마나 많았는가? 가질 권리와 지킬 위무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을미년은 그 원칙과 상식이 바로서서 밝은 나라, 밝은 사회, 밝은 생활을 추구할 수 있도록 온 국민이 함께 혁신을 일으키는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누구를 징벌하자는 얘기가 아니고 각성하자는 말이다.

우리 민족사에 있어서 을미년은 특별한 생각을 떠올린다. 120년 전 을미년의 치욕을 진정으로 청산하는 길이 무엇인지 찾아내면서 구석구석 남은 앙금을 다 씻어내고 민족의 제단에 한 얼의 빛과 사랑과 번영의 새 연대를 바쳐야 할 때이다. 많은 국민들이 잘못된 역사관을 가져온 부분이 있다.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 때문이라고 단정적으로 알도록 교육해서는 안 된다. 황실과 국민 모두에게 책임이 왜 없으랴? 그 전례가 답습돼 오늘 우리사회에서 일어나는 잘못된 일들을 특정한 누구만의 잘못이라고 덮어씌워 자기들의 책임을 면하려는 작태가 얼마든지 있다. 작은 부분이라도 자신의 잘못을 깨우치고 각성해야 하는 것이 상식에 맞는 도리이다. 국민의 뜻과 민족사적 당위성을 생각하기보다 당파를 위한 일을 앞에 놓고 궤변으로 합리화한다면 그 치욕의 을미년 역사를 청산하지 못하는 것이다. 민족분단의 대업을 앞에 두고 뜻이 합해지지 않는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참담하다.

해방을 맞이하고 70년이 되지만 아직도 여러 분야에 남아있는 상처가 완전히 치유되지 못했고, 침략의 위협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힘든 징후가 느껴지며, 다시는 침략당하지 않을 만큼 강한 국민정신이 서있다고 자신할 수 없지 않은지 자성의 지혜로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잃어버렸던 것들을 최선을 다해서 찾아야 한다. 잃어버린 정신, 잃어버린 문화, 잃어버린 민족문화유산과 민족자본들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침략자 일제의 말살전략으로 물들인 부분들을 우려내고 도려내 되살려야 한다. 나는 우리 민족의 전통시조를 되살려 내는데 작은 힘이라도 다하겠다는 결심을 새롭게 가진다. 문학 독립운동으로 시작됐다가 꺼져버린 부분이다. 각자의 분야에서 할 일들이 있다. 그리고 온 국민이 강한 나라를 만들고, 바른 사회를 만들고, 선진 국민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더 큰 각성과 약진이 이뤄져야 한다. 을미년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서 새로운 을미년을 국운융성의 새 전기로 삼아 기적을 이루기를 소망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