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김용찬 충남도의회 사무처장

얼마 전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지방자치발전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발표를 놓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지방자치의 붕괴'라는 의견과 '이제 손볼 때도 됐다'는 입장이 맞붙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지방자치를 천부인권으로 인식하는 영·미식이 아닌, 국가에서 시혜적으로 베푸는 대륙식 제도를 도입해 나타난 현상이다. 개인보다는 단체, 단체보다는 국가를 중요시 한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는 1949년 지방자치법 제정 이후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5월 10일 첫발을 내디뎠다. 1961년 5월 16일 지방자치제도가 전면 중단되기도 했지만, 시대의 흐름과 민의에 의해 30년만인 1991년 지방의회가 구성됐다. 4년 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주민 손으로 선출하는 등 풀뿌리민주주의가 비로소 시작되었으니 이제 20년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자치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성년이 됐음에도 권한과 돈이 없는 반쪽짜리 지방자치"라고 푸념한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2할 자치라 할 만큼 대부분 권한과 재원이 중앙에 집중된 탓이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국세와 지방세 비율뿐만 아니라 국가사무와 지방사무의 비율도 약 80% 대 20% 정도라고 한다. 또한, 시·도지사들은 조직(局) 하나 마음대로 둘 수 없다며 허약한 자주조직권을 개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성숙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는 어떠한 요소를 갖춰야 할까?

먼저, 대내적으로는 중앙정부에 과도하게 집중된 재정과 권한의 분배가 절실하다. 해가 갈수록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선택과 결정, 해결해야 할 분야는 계속 늘어나고 그 책임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과도하게 집중된 중앙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해 수요자 중심의 행정서비스를 구현하고, 주민생활의 편익을 도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특히, 자체수입으로 인건비조차 해결할 수 없는 (2014년 현재 총 78개 자치단체) 열악한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지방소비세 인상(11%→20%)과 지방교부세의 확대(19.2%→21%)가 필요함은 물론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도 6대 4로는 개선해야 한다. 또한, 중앙정부에 과도하게 몰린 사무의 지방 이관도 절실하다. 그간 정부가 다양한 지방분권 정책들을 추진하여 2012년까지 1982건의 국가사무가 지방으로 이양된 것은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사무의 지방이양에 따른 재정적 지원이 미흡해 오히려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심화시켜 온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사무이양과 함께 재원이전도 함께 이루어지도록 일본과 같이 '지방이양일괄법'을 제정해 실질적 지방분권을 이뤄야 할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무엇보다 적극적인 주민참여와 적절한 외부통제의 확보가 필요하다. 즉 집행기관과 지방의회 간의 적절한 견제와 균형, 주민의 생산적 참여와 통제는 매우 중요하다. 한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은 결코 그 나라 국민의 의식 수준을 뛰어넘을 수 없으며, 지방자치의 수준 또한 그 지역 주민들의 자치의식 수준과 비례해 성장하기 마련이다.

21세기는 '지방이 블루오션'이고, '지방이 경쟁력인 시대'이다. 지방을 중앙의 단순한 하급기관으로 여기는 집권적이고 획일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지방의 특색에 맞는 자율성과 다양성을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방분권은 '글로컬(Glocal) 시대'에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가 완성되는 요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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