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제라는 종자(씨)를 발아시킨 지도 벌써 3기가 됐다. 그러나 지자제의 성장과정을 보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종자는 원래 불교의 유식론(唯識論)에서 사용된 개념으로 인간 심층 심리 속에 있는 어떤 특별한 근원적인 힘을 의미하는데 사물이든 사상이든 심리적이든 간에 모든 존재를 탄생하게 하는 힘을 식물의 씨로 비유해 말한 것이다. 따라서 종자는 싹을 움트게 해 줄기와 잎을 피우거나, 꽃과 열매를 피우고 영글게 하도록 성장하는 근원적 힘의 잠재적 가능성을 의미한다.
?세상에는 어떤 일이건 배후에 종자가 있기 때문에 싹을 틔우고 성장과정을 거쳐 꽃과 열매를 맺는 것인데 여기에서 아무리 종자가 좋고 싹을 틔웠어도 성장과정이 잘못됐다면 거기에서 좋은 결실을 얻기란 어렵다는 게 상식이다. 더구나 성장과정에 있어 어떻게 하면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노력과 고민조차 없다면 아무리 좋은 종자라도 아무 소용이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종자' 못지않은 '과정' 중요



지난 6·13 선거에서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로 나섰던 인사들은 저마다 주민 복지구현과 문화수준 향상 등을 내세우고, 낙후지역 개발, 구도심권 활성화 등 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구체적 사항들을 공약하고 당선만 되면 당장 해결할 것처럼 목이 쉬도록 외쳤다. 그러나 지자제 3기 출범 100일이 지났어도 일부 지자체에서는 선거공약을 이행하려는 흔적조차 없으니 '지자제'라는 종자를 아무리 좋게 싹 틔웠어도 그 무슨 소용이 있는가.

가령 구도심권 활성화 방안만 봐도 그렇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몇 년 전 '○○○거리', '○○거리'라는 대형 아치만 설치해 놓고 활성화에 따른 주차장 시설, 가로 정비 등 기반 시설은 "규정에 없다"거나 "예산이 없다"는 등 온갖 이유로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가 하면 나아가 "이제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까지 말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이것은 곧 '종자론'에 있어 성장과정이 잘못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종자'와 '성장'이 따로일 수 없고 '성장'이 종자 못지않게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단체장들의 솜씨 보일 때



이런 가운데에서 동구청이 내놓은 '종자'와 성장에 따른 계획은 꽤 실속 있고, 고민한 흔적이 있어 다행스럽기까지하다. 임영호 동구청장은 '동구포럼'에서 "지난 선거 때 선거 슬로건, 이슈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했다", "선거 때 '당장'보다는 '2010년 목표' 제시가 주효했다"고 말하고 원도심 활성화 전략, 노후시설 개발, 주거환경 개선,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 등을 연차적으로 추진해 4년 동안 '낙후된 동구'를 '변화된 모습'으로 만들어 '대전천 시대'를 이룩하겠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결국 이러한 계획은 성장과정에 있어 기본이며 결실이 되게 하는 요인으로써 '지자제'라는 종자를 튼튼하게 성장시키는 데 필수적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좋은 종자'로 '좋은 결실'을 맺도록 하기 위해서는 과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제라도 단체장들은 '지자제'라는 종자를 성장시키는 데 크게 고민해야 할 때다.

????????????????????????????????????????????????????????????????????????????????????? 박명용 · 시인 · 대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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