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럼] 황운하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

“빠빠빰 빠빠빰…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파티가 끝날 무렵 많이 들어왔던 노래다. 헤어짐을 노래하면서도 리듬이 경쾌하다. 이별의 노랫말인데도 희망을 품고 있다. 아쉽지만 재회를 기약하고 웃으며 헤어지고 싶은 지금의 필자의 심경에 딱 들어맞는다.

4년 만에 내려왔던 대전, 즐거운 추억을 간직한 채 또 다시 떠난다. 언제 또 내려올지 그 시기는 기약할 수 없지만, 다음에 반드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면서…. 지난 1월 대전에 내려올 땐 유난히 설레임이 컸다. 오랜만에 만나는 경찰 동료들, 친구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동료나 친구처럼 고마웠던 시민단체, 언론인들의 얼굴도 떠올랐다.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그 분들에게 좋은 추억을 갖게 하자. 늘 그래왔듯이 순수한 열정으로 당당하게 일하자!”

많은 일들이 떠오르지만 그중에서 가장 잘 한 일은 초등학교 등굣길에 자주 나간 것인 듯하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경찰정복을 입은 내 모습을 바라보는 아이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은 그 자체가 에너지 충전이었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번씩 했는데 점점 중독증세(?)가 나타나면서 나중엔 거의 매일 나갔다. 훗날 또 다시 할 수 있다면 매일 나가고 싶을 듯하다.

대전지역은 다른 도시에 비해 비교적 치안이 안정된 곳임에 틀림없다. 시민을 불안하게 하는 강력범죄의 발생빈도가 매우 낮고, 어쩌다 발생해도 곧바로 범인이 검거돼 미처 치안불안을 느낄 시간조차 없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안전도는 저조했다.

그 이유가 궁금해서 길거리에 나가 시민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무엇 때문에 불안해 하시냐는 질문에 시민들은 막연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특히 내가 사는 우리 동네 주변의 공원, 놀이터 등에 대해 불안해 했다. 그곳에서 청소년들이 술먹고 담배피우는 모습을 보면 막연한 불안감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순찰을 돌아달라 했지만, 그런 구석구석까지 살펴보기에 경찰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유일한 해법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순찰활동일 수 밖에 없었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다. 자율방범대는 물론 주민자치위원회, 자유총연맹, 새마을회, 바르게살기협의회 등 그분들의 건강한 시민정신이라는 우산아래 우리 대전 시민들의 평온함이 지켜지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렇게 대전 시민의 많은 분들이 고맙기 이를 데 없지만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았다. 유천동이 6년 전 해체 당시의 흉물스런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유천동은 인간성이 말살된 곳이었다. 그런 유천동을 해체하는건 내가 경찰로서 존재하는 최소한의 이유였다. 그러기에 온갖 협박과 저항에 굴하지 않았다. 밤길 조심하라는 것으로도 모자랐는지 하나뿐인 딸아이가 어느 유치원에 다니는 줄 안다고 겁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갈 수 있었던 건 많은 분들의 지지와 성원 덕분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조지훈 시인의 ‘역사앞에서’라는 시를 읊고 싶다.

“만신(滿身)에 피를 입어 높은 언덕에 내 홀로 무슨 노래를 부른다 언제나 찬란히 틔어 올 새로운 하늘을 위해 패자(敗者)의 영광이여 내게 있으라 나조차 뜻모를 나의 노래를 허공에 못박힌 듯 서서 부른다 오기 전 기다리고 온 뒤에도 기다릴 영원한 나의 보람이여 묘막한 우주에 고요히 울려가는 설움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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