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 장곡 백제불교문화회 관장

때를 맞춰 지혜롭게 베풀고/ 믿는 마음을 버리지 않으면 살아서는 기쁨을 누리고/ 죽어서는 천상의 덕을 갖추느니라. 잊지 않고 때를 따라 널리 베풀면/ 메아리가 소리를 따르듯 부족함 없는 복락이 그를 따르리/ 태어나는 곳곳마다 부귀하리라. 베품은 온갖 선행의 으뜸이 돼/ 끝내는 깨달음에 이르게 되나니 억금을 보시하고도 딴 생각 갖지 않으면/ 기쁨은 더욱 늘어가리라. -증일아함경

갑오년도 이제 얼마 후면 역사의 한 장으로 넘겨집니다. 올해는 온 나라 사람들이 세월호라는 크나큰 아픔을 겪은 해입니다. 또 얼마전에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분신 자살을 기도한 아파트 경비원 이모 씨의 이야기가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이제 참으로 어지러웠던 청마의 해가 가고 청양의 해가 다가오기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맘 때 쯤이면 거리엔 사랑을 담는 자선냄비가 등장합니다. 또 거리 곳곳에 이웃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는 따뜻한 종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자비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는 시간입니다.

요즘 제가 관장으로 있는 서구노인복지관에도 따뜻한 손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록 예년에 비해 고액 후원자는 조금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소액 후원자들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인정이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으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나눔은 행복을 두 배로 키우는 공능이 있다고 합니다. 행복은 외부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는 것입니다. 자신의 내면을 꽉 채운 행복이 밖으로 넘쳐나면 많은 사람이 더불어 행복해집니다.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며 바람 없이 베푸는 나눔의 실천하면 자신의 행복도 그만큼 더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선가에 ‘하늘과 땅도 나와 더불어 하나의 뿌리이고, 만물이 나와 더불어 한 몸이라(天地同根 萬物一體)’는 말이 있습니다. 즉, 세상의 모든 존재는 연기론적 입장에서 바라볼 때 그 모두가 나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공업중생이라는 의미입니다.

연기란 ‘연하여 결합해서 일어난다’라는 의미의 산스크리트어인 연기(pratity-samutpada)의 역어입니다. 모든 존재는 어느 것이나 그럴만한 조건이 있어서 생긴 것입니다, 즉 말미암아 생긴 것이니 상의상관(相依相關)의 관계에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을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만의 역할에 있지 않습니다.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는 소중한 인연들 덕분에 지금과 같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

이웃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연기의 이치를 깨달아 많은 이들이 더불어 자비를 실천할 때 진정 세상은 아름다움으로 가득해질 것입니다.

현자는 말합니다. “정신적으로 힘들수록 어울려 살아야 한다. 물질적으로 어려울수록 서로 나누면서 살아야 한다. 그러할 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다가오는 청양의 해에는 우리 사회 어려운 이웃들이 조금 더 따뜻한 내일을 살아가고 꿈꿀 수 있도록 모두 함께 소중한 인연을 챙기고 함께 자비를 실천해나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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