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송기은 삼성화재보험 RC

‘뫔’은 몸과 마음이 둘이 아닌 하나이기에 쓰는 낱말이다. 몸이 아픈건 참을 수 있지만 마음이 아픈건 정말 참아내기가 어렵고, 고통스럽다. 해마다 한 해를 갈무리하면서 하는 말 중에 ‘다사다난’이란 표현은 마치 관용구처럼 굳어져 버렸다.

하지만, 지난 4월 16일(세월호 참사일)은 그 한 마디로는 도저히 축약할 수 없는 고통과 시련 그리고 분노의 연속이었다. 모름지기 뭇 생명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날까지 크고작은 일을 끊임없이 겪고 또 견디며 살아가게 마련이다.

이것은 이 세상에 온 것이 우리 자신의 자유의지와 무관한 것처럼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숙명이다. 그 점에서 이 세상은 매우 공평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아무리 그렇다손 치더라도 지난 4월 16일은 우리 모두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내상(트라우마)으로 뿌리깊게 자리잡았다.

이날은 아마 영원히 잊을 수도, 씻어낼 수도 없는 날로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뼛속깊이 각인돼 갈 것이다.

이제 우리는 또 한 해를 마감해야 할 세모 앞에 서있다. 앞으로 몇 번의 봄과 몇 차례의 겨울 그리고 여름이며, 특히 내가 가장 좋아하고 태어난 계절인 가을을 몇 차례나 더 맞이할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살며 사랑하며… 한 생을 살아가며 할 수 있는 존귀한 삶이란 ‘화해’와 ‘용서’ 그리고 온몸을 바쳐 뜨겁게 온생명을 사랑하며 살다가 어느 날 해가 저물고 그믐달이 남들 다 잠든 새벽녘에 기울어 가듯이 그렇게 조용히 자연과 하나되어 스러져가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고국을 떠나 머나먼 타국에 살다보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 데 우리는 이 자그마한 두 동강난 땅덩어리에서 으르렁거리며 참으로 안타까운 모습의 공동체아닌 공동체를 가까스로 꾸려가고 있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데 작금의 행태로 봐서는 겨레의 하나 됨은 요원하기만 하다. 얼마 전 철원 노동당사, ‘철마는 달리고싶다!’라고 외치는 분단의 현장을 다녀오면서 올 한 해 이루지 못한 많은 소망들 가운데 ‘민족분단 70주년, 한겨레 한반도 통일의 원년’이 되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오늘 차를 달려 남행을 하면서 무주 덕유산에서 남덕유까지 피어있는 산정의 상고대는 하얀 털모자를 쓴 산할아버지의 멋진 자태로 한겨울이기에 맛볼 수 있는 절경이었다. 올라오는 길엔 마치 말갈기를 휘날리며 광야를 내달리는 백마의 기상을 뽐내는 능선과 능선의 힘찬 질주를 바라보며 ‘참으로 이 세상에서 진정 우리가 추구해야 할 참다운 삶의 가치란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마음으로는 도저히 떠나보낼 수 없는 2014년 한 해도 바야흐로 저물어 간다. 이제 우리가 해야할 일은 올 해와는 사뭇 다른 새 해, 올해보다는 조금은 더 살맛나는 ‘사람사는 세상’을 가꿀 그런 새 해를 맞이할 일이다.

새 해 복많이 지으시고, 두루 만사여의하시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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