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섭 대전충남중소기업청장

얼마 전 방영돼 재미있게 본 드라마가 있다. 개과천선(改過遷善)이라는 드라마로 국내 최대 로펌의 에이스 변호사가 사고로 기억을 잃은 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는 설정이었다.

부와 명예를 쫒아 강자인 대기업과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던 주인공이 사고 이후 약자인 개인과 중소기업을 위해 사건을 맡아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력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

최근 많은 저작물에서 대기업이나 거상이 부정적 이미지로 비춰지고 현실에서도 반기업 정서가 문제 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떠오르는 이가 있다. 조선시대 최고의 거부이자 무역상으로 당시 모든 상인들로부터 존경과 흠모를 한 몸에 받았던 순조 때의 거상 임상옥이다. 

오래전 방영된 드라마 ‘상도’의 주인공으로, 특히 나에게 깊이 각인되었던 것은 중국 인삼 무역상들이 조선 인삼을 헐값에 구매하기 위해 담합을 하여 가격 인하를 조장하였는데, 당당히 그들 앞에서 자신의 피 같은 인삼을 태워버려 결국 더욱 비싼 값에 팔았던 그의 역설적이고 놀라운 상술이었다.

장돌뱅이에서 고위 관직에 오른 임상옥, 그는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다(財上平如水)”며 말년에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였다고 한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재물도 그렇게 공정하게 배분돼야 된다는 것이 그에게 있어서의 상도의 의미였다.

그렇다면 진정한 상도를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찌해야 할까? 진정한 상도를 지켜나가기 위해선 공급자와 수요자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이해관계에 있어 한 쪽에게만 부당한 희생을 강요하지 않도록 이익 배분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추구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관계에 있어서의 약자, 기업 규모로 보자면 중소기업에 대한 보호 장치가 필요한데 우리청의 중소기업제품 공공구매제도가 바로 그 중 하나다. 대형 건설사가 공사 진행 시 기업이익을 극대화하기위해서 협력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를 인하하거나, 계열 기업에게만 납품기회를 주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이익의 불공정한 배분을 막고, 중소기업의 납품기회를 보장하고 중소기업이 대형 건설사의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공사발주 시 공사용자재를 직접구매토록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직접구매 대상품목(123개)으로 지정된 품목의 경우에는 설계 단계에서 반영하여 공공기관이 직접구매하여 시공사에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공공기관의 물품, 용역 구매에 있어서도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207개)은 중소기업자이면서 직접생산확인을 받은 기업만 입찰참여자격을 부여하는 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추정가격 1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소기업 또는 소상공인간 제한경쟁입찰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여 소기업 등 약자에 대한 공공기관 판로 확대 기회를 부여했다.

이러한 공공구매제도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 집단의 진정한 페어플레이가 정착된다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기업들이 보다 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이익 배분의 공정성도 제고돼 현대에서의 진정한 상도(商道) 역시 점차 뿌리내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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