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학이라는 명칭은 이제 생소한 이름이 되어가고 있다. 일제 강점기 그리고 광복 후 근대화 과정을 거치는 사이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향학열을 보듬어준 배움의 보금자리 야학은 이즈음 확대된 교육기회, 교육복지 속에서도 관심이 비껴가는 사각지대로 여전히 존재한다. 오늘도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야학으로 향하는 발걸음에는 일상의 피곤함속에서도 새로운 의욕과 열정이 빛난다.

대전 최대의 야학인 중구 대사동 소재 한마음 야학이 건물매각으로 인하여 갈 곳이 없어졌다는 보도는 한동안 멀어졌던 야학의 존재와 아직 선진화되지 못한 우리 교육의 현실을 함께 일깨워준다.

여러 사정으로 적령기에 교육을 받지 못한 10대부터 70대에 이르는 100여명 학생들이 공부하는 한마음 야학은 꺼지지 않는 촛불처럼 표연하게 우리의 무관심과 안일 가운데 빛나고 있다. 1989년 개교 이후 어려움 속에서 여러 번 장소를 옮겨가며 운영해온 교장 이하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의 높은 뜻에 경의를 표한다.

국가, 사회가 책임져야할 사안이 극소수 후원자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지속되어온 만큼 이제는 모두의 관심과 선행이 필요하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건물이 매각되어 리모델링 공사를 할 예정으로 건물주는 재계약 불가입장이라고 한다. 천막교실, 옥탑방 등 열악한 공간에서 운영하다가 지금의 장소에서 뿌리내릴 즈음 또다시 짐을 싸야할 형편이 딱하다. 국비, 시비 지원으로 연 1400여만원이 지급된다고는 하지만 이마저 교육비항목 지출로 제한되어 있어 임대료와 운영경비는 후원금과 교사들의 회비로 충당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내년 4월 검정고시준비를 위해 올해 안에 새로운 공간을 찾아야함에도 별다른 대안이 없는 만큼 600여 졸업생이 배움의 기쁨과 성취를 확인했던 25년 전통의 야학이 폐교되지 않도록 지혜와 온정을 모을 때이다. 불황의 여파로 각종 사회복지 모금과 도움의 손길이 크게 줄었다지만 국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을 기꺼이 감당하는 야학을 지원하면서 종국에 야학이 필요 없는 교육복지, 복지사회를 앞당기는 노력이 그래서 시급하다. 국가와 지역사회 특히 뜻있는 독지가와 기업의 관심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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