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복 홍성교육지원청 교육장

‘수능(修能) 시험’은 말 그대로 학생이 대학에 들어가 제대로 수학할 능력이 있는가를 평가하는 시험이다. 그런데 이 단순한 시험으로 온 나라가 1년에 한번씩 떠들썩해 진다. 경찰차가 호송해서 시험지를 운반하고 밤새도록 시험지를 지키고 심지어 비행기 이륙도 금지된다.

온 나라가 함께 치루는 국가적 행사인 것이다. 우리 교육청에서도 수능 시험에 한 치의 실수도 없게 하기 위해 8월부터 원서접수, 시험장 설치, 방송점검 등 3달여를 준비하고도 수능 전 몇 일 밤은 전직원이 밤을 새워야만 했다. 교육청뿐만 아니라 학교도 교사들도 녹초가 될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학생들이 이 시험을 위해 뿌린 눈물과 땀을 생각하면 이 정도 어려움은 엄살처럼 느껴진다. 물수능 논란을 가져온 이번 시험에서 어떤 과목은 1문제만 틀려도 1등급이 어렵다니 먼지만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12년간의 학창 시절 아이들이 쌓은 노력과 수고가 문제 한 개로 희비가 갈린다니 이보다 더 잔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한 문제 오류에 전국이 들썩거리고 수십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니 대학입시가 우리 아이들에게 주는 무게는 과연 어느 정도인가? 아프고 아픈 일이이다.

몇일전 신문을 보니 ‘수능 뒤풀이 음주 탈선 한건도 없었다’라는 기사가 있었다. 반갑고도 고마운 마음에 기사를 읽어보니 오히려 가슴이 답답해졌다. 아이들이 성숙해 지고 사회가 건강해져서 뒷풀이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입시전형이 바뀌면서 수능이후에도 논술, 면접, 수시서류준비 등 통과할 관문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수능이 끝나도 쉴 시간이 없다. 그동안 대학입시 ‘개선’을 수도 없이 외쳐왔지만 정작 학교와 학생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국이다. 대학 선발의 객관성을 위해, 공정성 확보를 위해,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대입정책을 바꿔왔지만 정작 논의의 중심에 ‘우리 아이들의 행복’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너무 자주 인용되는 통계지만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의 행복지수는 74(OECD 회원국 평균 100)로 6년째 OECD 국가중 최하위다. 이 지수를 쉽게 말하면 우리 아이들은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지쳐가고 있다. 이제 아이들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질문이 필요할 때다. 교육 현장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에서도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질문하고 고민해야 한다. ‘인간은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성하게 존재해야 한다’는 법정 스님의 말씀처럼 무엇으로 우리 아이들을 풍성한 존재감으로 행복하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능은 끝났지만 아직도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위해 응원의 메시지를 주고 싶다. 인생은 그리 짧지 않으며 세상은 수능 문제 하나에 죄우되지 않는 훨씬 가치로운 곳이라는 것을. 그리고 청소년들의 행복할 권리를 지켜주고 싶어하는 어른들이 세상에는 많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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