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서류 작성한 전 심평원 직원·의뢰한 사무장 등 16명 불구속입건
2010년 7월부터 최근까지 대전·공주서 의료생협 명의 요양급여 타내

경찰이 비의료인이 의사를 고용해 편법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일명 ‘사무장 병원’을 적발한 가운데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에 대한 수사 확대 방침까지 내놨다.

대전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허위 서류를 만들어 사무장 병원 인가를 도운 혐의로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직원 A(49) 씨를 구속하고, B(56) 씨 등 사무장 6명과 의사 및 간호사 등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사무장 병원의 의료법 위반에 대한 제보를 받아 점검을 나간 후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한 보건소 공무원 C(58) 씨도 직무유기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심평원 4급 직원으로 심사 행정업무를 담당하다가 2007년 퇴직한 A 씨는 2010년 6월 B 씨에게 약 5000만원을 받고 서류를 꾸며 의료생협 이름으로 병원을 차릴 수 있도록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B 씨 등은 2010년 7월부터 최근까지 대전과 충남 공주 등에 의료생협 또는 종교법인 명의의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면서 34억원 상당의 요양급여를 타냈다는 것이 경찰 측 설명이다. 의료생협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라 설립·운영하는 비영리법인으로 30인 이상의 발기인과 300인 이상의 조합원을 모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조합원은 누구나 정관에서 정한 1인 몫 이상의 금액을 출자해야 하지만 한 조합원이 출자할 수 있는 한도는 전체의 20%로 제한된다. 이번에 경찰은 B 씨가 조합원 명의만 모아 출자금은 본인이 대납한 후 서류에는 돈을 기부받은 것처럼 거짓으로 꾸며 의료생협 설립 인가를 받은 것을 문제 삼았다.

특히 경찰은 도심권 내 의료생협을 중심으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부희 대전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의료생협은 보통 산간, 벽지 등 의료시설이 부족한 지역에서 주민들이 직접 자본금을 모아 의료시설을 만들 수 있도록 한 제도인데, 이 제도가 비의료인의 탈법적 의료기관 개설의 통로로 변질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병원이 충분한 도심권 내 의료생협을 중심으로 수사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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