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임경자 청춘동화극단 동아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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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활동을 하기 위해 청주시 평생학습관 복도에 들어서니 전시된 시가 나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학습관에서 한글을 배운 어르신들이 쓴 보석보다 더 귀하고 알찬 글들을 모아 시화전이 열렸다. 부지기수로 많은 행사 중에서 말과 글로 표현하는 시화전은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최상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발걸음을 멈추고 전시된 작품을 감상했다.

'문맹에서 글을 알고 나니 이 세상이 새 세상이 된 것 같다. 죽은 줄로 알았던 심청이를 만난 심봉사의 기쁨보다 더 크다. 먹고 살기도 어려워 학교근처에도 못가보고 칠십 평생을 살아왔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찢어지게 가난한 가세 때문에 먹고 사는 것조차 어려웠다. 아들은 대학까지 보내고 딸은 살림만 하다 시집보내면 된다는 부모님의 남아선호사상으로 평생을 일만했다. 계집애가 무슨 학교를 가느냐고 야단만 맞았다. 이름 석 자도 모르고 암흑 속에서 지내온 세월이 한스럽다'는 등등의 글들이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울리게 했다. 생각을 글로 표현하지 못해 애가 타고 기 죽어 살아 온 고달픈 생활이 묻어난다. 오죽 갑갑했으면 모든 것 다 접어놓고 늦은 나이에 글을 배우겠다고 작정하고 평생학습관에서 운영하는 문해반을 찾았을까 짐작이 간다.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르고 살아온 그 분들이 그 무엇보다 고귀해 보이는 시화전이다.

어르신들이 쓴 시를 읽어보면 암흑 속에서도 배움에 대한 희망과 열정을 간직하고 살아 온 그들이다. 내용도 솔직하고 진솔하게 표현했다. 진정성이 담긴 글을 읽어보니 생동감이 있고 마음이 찡해 한 동안 발길을 옮길 수가 없다. 그 동안 배운 자기의 실력을 마음껏 뽐내며 환하게 미소 짓는 그분들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노년기에 접어든 어르신들의 기억력은 듣고 나서 돌아서면 잊어버리기 일쑤다. 생각이 나서 글로 옮기려면 기억 속에서 사라져 허탈감마저 느끼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을 텐데도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시력도 떨어지는 아픔을 참아낸 희망의 꽃이라 할 정도로 정말 놀라울 일이다. 눈시울이 뜨겁고 가슴 뭉클한 글을 읽고 또 읽었다. 편히 쉬지도 못하고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심에 젖어 고달프게 살아 온 세대들이기에 더 마음이 저리다. 속마음을 내 보이지 않고 지낸 한평생이다. 그러한 어른들이 자기 내면의 감성을 숨김없이 표현했으니 정말로 대단한 작품이다. 손으로 또박또박 정성들여 쓴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무엇보다 성취감에 물들었을 그분들의 환하게 빛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인고의 세월 속에 아름답게 피어난 꽃이기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한글을 배워 시로 표현해 읽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받게 한 그분들에게 행복의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

평생학습의 취지는 여러 사람한테 골고루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 있다. 배움의 기회를 놓치고 배우지 못한 안타까움을 풀어줘 행복한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게 평생학습이다. 다양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해 취미와 자질을 계발하는 것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이다. 그 동안 배운 기본 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익혀 그 분야의 의미와 감동을 갖는 사람들의 사례를 받으며 사는 우리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혀 우리 삶을 살찌우는 일은 나 자신이 개척해야 할 일이다.

건강한 정신과 몸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다. 관심을 갖고 새롭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열정을 갖고 활기차게 즐거운 마음으로 보람 있는 일을 한다면 그것이 청춘이 아닐까 생각한다. 평생학습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행복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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