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 장곡 백제불교문화회 관장

흐리어 맑지 않은 연못에서는 진주, 조개, 자갈, 모래, 고기 등 그것들이 분명히 보이지 않는 것처럼/흐린 마음에는 자타의 공덕이 보이지 않는다. 투명해 맑은 그 물에서는 진주며 모래, 고기 등 그것들이 훤히 보이는 것처럼/ 맑은 마음에는 자타의 공덕이 훤히 보인다. <본생경>

사람들은 욕심이 차오르면 눈앞이 가려 앞뒤 분간을 하지 못한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평소 성실한 이였는데, 호기심으로 주식투자를 했다가 그 맛에 빠져 결국엔 패가망신을 당했다. 화가 치승하면 부모형제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평소 성품이 반듯해 주위에서 칭송이 대단했는 데, 어느 날 돈 문제로 이웃과 다툼을 벌이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영어의 몸이 됐다.

어리석음은 자타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가문이 좋은 집안에 태어났으면서도 천방지축으로 평생을 보내다가 현재는 노숙자 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을 어쩌다 마주칠라치면 측은하기가 말할 수 없다. 하물며 처자 권속들 심정은 오죽할까?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은 금생과 내생에 걸쳐 자타를 망치는 독약이기에 불가에서는 ‘삼독심(三毒心)’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지옥이 무섭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진실로 무서운 것은 지옥이 아니라, 이처럼 내 마음 가운데서 일어나는 삼독심이다.

얼마 전 모 재력가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가 장안의 화제였다. 처음 그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단순한 강도치사정도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죽음에 얽힌 내용을 조사하니 마치 고구마 줄기처럼 캐면 캘수록 의혹만 커지고 있으며, 그와 연관된 이들은 사법기관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어찌 그러한 사건들이 한 두 가지일 것인가? 혹여 사법기관의 심판은 피한다 할지라도 자신의 양심과 언젠간 받아야 할 업의 심판은 면할 수 없다. 사람들은 어떤 행위에 대한 과보가 당장 드러나지 않으면 모른 척 시치미를 뗀다. 하지만 인과는 지금 당장은 드러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시절 인연이 도래하면 몇 배로 갚아야 하니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는 수레바퀴가 쐐기에 얽혀져 굴러가듯 모든 것이 인과의 업에 속박당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업을 발생시키는 삼독심은 타오르는 불길보다도 더 무섭다고 말한다. 불길은 눈에 보이는 것만 태우지만 삼독심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세를 태우기 때문이다.

부디 바른 마음과 바른 말과 바른 행동을 성취해 삼독의 무서운 불길을 피하고 항상 평안해지길 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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