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환 충남소방본부 방호구조과장

국토교통부는 2014년도 말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가 2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현실에 발맞춰 도로 및 교통안전시설은 지속적으로 향상됐고 이로 인한 출ㆍ퇴근시간 등 혼잡 시간대 교통체증은 가히 교통지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자동차수에 비해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상가 밀집지역 및 주택가 이면도로나 골목은 말할 것도 없고 아파트 주차장에도 자동차들이 무질서 하게 주차돼 소방차량의 신속한 출동을 어렵게 하고 있다.

재난현장의 초기 5분이란 매우 중요한 시간으로 화재 발생 후 5분이 지나면 연소 확산 속도가 급격히 빨라져 현장피해가 가속화 되므로 그 전에 도착해 소방 활동을 수행해야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심 정지 및 호흡곤란 등 응급환자도 4~5분 이내 적절한 응급처리를 받을 때 소생률이 높아지게 된다. 심 정지 환자의 경우 5분 초과 시 생존율이 25% 미만으로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그야말로 골든타임과 직결되는 긴급성이 요구되다 보니 초기 5분이 '황금'보다 더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의 사실이다.

충남소방본부는 지속적인 '소방차 길터주기' 대 국민홍보 캠페인을 펼쳐 소방차, 구급차 등 긴급차량 출동시 도로위 차량들의 피양을 유도해 골든타임을 확보, 국민들의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도록 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일선 현장에 근무하는 소방공무원의 의견을 들어보면 과거에 비해 점차 운전자들의 의식수준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아직도 선진국에서 당연시 되고 있는 모세의 기적과 같은 도로위의 전방차량의 즉각적 피양현상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10월말 현재 충남도에서 2472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이중 1541건의 화재 현장에 5분 이내 도착해 신속한 현장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 했으며 21명의 심정지 환자가 신속한 응급처치와 발 빠른 이송으로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생존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결과를 얻은 것은 신속하고 능숙한 구급대원의 처치뿐만 아니라 도로에서 수많은 차들이 양보해준 덕분이 아닐까.

아무리 바쁘고 급하다 하더라도 운전 중 뒤에서 울리는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나의 재산을 지켜주기 위해 달려가는 중이고 구급차에 사경을 해매고 있는 나의 사랑스러운 가족을 태우고 있다고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굳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평범한 교훈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긴급히 출동하는 소방차에 길을 양보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국격에 걸맞은 국민의식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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