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경찰관 출신… 혼자 필리핀 도주해 범죄행각 지속

<속보>= '김미영 팀장'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전화금융사기를 벌여온 전직 경찰관이 수사 당국을 비웃듯 범죄행각을 지속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11월 21일 1면, 6면, 2014년 1월 13일 6면 보도>

그가 서민들을 속여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금액만도 100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진술까지 나왔다.

광주지방검찰청 형사2부는 100여명의 조직원을 둔 사상 최대 규모의 '보이스피싱' 조직을 적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일일 환전금액이나 범행기간 등을 고려하면 피해액은 400억원에 피해자는 수만명에 달할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특히 이 조직의 총책 박모(42) 씨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서 전화사기사건을 해결하던 전직 경찰관이었다.

이에 앞서 천안동남경찰서가 지난해 11월 말 적발한 대규모 보이스피싱 조직에 최초로 금융사기를 도입한 창시자이자 1대 총책 역시 같은 인물이다. 당시 확인된 피해규모는 피해자 543명에 피해금액은 38억 8000만원에 달했다. 20일 천안동남서에 따르면 박 씨는 중국 청도에 본부를 두고 대출빙자나 가족납치, 수사기관 사칭 등의 수법으로 금융사기를 진두지휘 했다.

그러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지난해 초 총책을 다른 인물에게 넘기고 자신은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하지만 그는 경찰 수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최근까지 필리핀에서 비슷한 내용의 사기행각을 벌여왔다. 그는 경찰로 근무하면서 익힌 수사경험과 인맥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자신이 수사했던 피의자들을 조직원으로 편입시키기까지 했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박 씨가 범행으로 벌어들인 금액이 1000억원이 넘는다"는 조직원의 진술이 나오기도 했다. 게다가 박 씨는 사업 확장을 위해 베트남이나 라오스 등을 대상지로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현재 박 씨가 필리핀 현지에서 수영장이 딸린 대저택에 사설경호원을 두고 생활 중이라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또 필리핀 마닐라에 7층 규모의 빌딩을 매입, 전부 콜센터로 활용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 당국이 실제 박 씨를 검거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당국이 인터폴 등에 국제 공조를 요청했음에도 부패지수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필리핀 경찰이 현지에서 부호로 살고 있는 박 씨 검거에 얼마나 협조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에서 공안에 검거됐을 때도 현지 조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돈을 건네고 풀려난 전력이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서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박 씨를 검거해야 하지만 도피국이 필리핀인 관계로 검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찰생활을 하면서 익힌 범죄 수법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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