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럼] 김규원 충북발전연구원 연구위원

현대사회는 속도와 효율이 진리이며 갑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도 지구에서 목성, 토성까지 신나게 달린다. 달리지 않으면 가족도 못 만나고 지구도 못 구한다. 하지만 질주의 반대개념인 느림은 지구는 못 구할지 몰라도 충북은 구할 수 있다. 어떻게?

지금까지의 지역발전은 토목, 건축, 기계 등을 주축으로 해서 시공간의 재구성을 통한 발전의 영속화였다. 즉 중후장대한 시설로 가득 찬 공단이나 산업단지가 발전이고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문맹률이 40%에 가까운 부탄이라는 나라가 매년 행복도 관련 조사에서 1등을 하는 것은 왜 일까. 지역은 발전하고 있고 지역민은 행복한가?

지역이 속도와 효율성 및 시각(視覺) 중심의 프레임과는 상당 부분 유리됨으로써 지역민의 삶의 질은 물론 행복감을 담보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른바 속도와 부피 분량은 물론 전통적 의미에서 양반 선비와 같은 남성중심적 사고로는 남성보다 현명하고 세련된 충북여성들의 면모를 담보하지 못하듯이 말이다. 분명한 것은 느림은 안전이고 편함이며 인간에 맞는 가치라는 것이다. 인간이 자신의 몸으로 이동하며 살 때와 소나 말을 이용했을 때, 그리고 자동차나 비행기 같은 기계를 이용해 이동할 때를 비교하면 어느 시절이 가장 안전하고 편했을까. 부탄왕국의 행복도 1위의 비밀이 여기에 있다면 요즘 유행하는 힐링이니 회복이니 하는 현상의 원인을 이용해 지역의 발전을 빠르게 이룰 수 있지 않을까?

따라서 우주선이 빛과의 속도경쟁을 준비하는 21세기, 인터넷 속도가 조금만 느려져도 테러를 당하는 키보드를 구하려면 바로 느림에 대한 인식과 적응이며 이는 공간 중심 사고에서 시간느림적 사고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따라서 느림의 학술적 체계 구축을 위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동이 종합학문으로써 충북학 등의 분야에서 다뤄져야 할 것이다. 즉 느림의 지역성 확보 및 활용방안의 모색을 위해 태도 및 가치체계, 소통양식, 느림의 맥락, 미적가치와 내재화를 중심으로 지역 이미지 구축 및 마케팅 방안을 연구해야할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처럼 자동차가 끝도 없이 달릴 수 있는 옥수수밭이 충북에는 없지만, 우주복을 입은 엔지니어가 MANN 행성 위를 걷고 있는 장면을 찍은 아이슬랜드 키르큐바이야르클뢰스투르(Kirkjubæjarklaustur) 빙하의 독특함을 충북에서 맛보고 싶다면 바로 느림을 통해서 만날 수가 있는 것이다. 특이함으로서의 느림이 지역을 구원할 지니, 해서 교통신호체계도 느리고, 상인들도 원만하고 버스도 어르신들이 완전히 착석할 때까지 출발을 하지 않아서 안전한 충북, 그러나 납기일과 약속만큼은 완전하고도 튼튼하게 지키는 시스템을 갖춘 곳, 이러한 것이 지역의 브랜드가 아니고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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