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춘추] 박주삼 대전반석초등학교 교장

"똑! 똑! 똑!"

"들어오세요."

새로운 학교에 부임하고 이틀째 되는 9월 2일 오후. 교장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선 손님은 성인이 아닌 조그마한 여자아이 일곱 명.

"어쩐 일이지?" "교장 선생님! 우리 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강산이 몇 번 바뀌고도 남을 시간을 교직에 머물면서 이번처럼 아이들에게 부임인사를 받아본 적은 처음 있는 일이라 순간 무슨 말로 답을 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방문한 아이들은 2학년 아이들로 누가 주동해서 오게 된 것인지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일부 아이들만 방문한 것으로 보아 담임교사가 시키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측해 본다.

추석 명절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지난 9월 5일 오후. "교장 선생님, 추석 명절 잘 보내세요"

이번에는 3학년 아이 여덟 명이 교장실을 방문한 것이다. '누가 시켰을까?' 의문에 꼬리를 달아보지만, 아이들에게 묻지 않는 것이 현명할 것이란 생각이 들어 "그래, 고마워. 너희도 추석 명절 잘 보내"라고 말했다.

추석 명절 연휴가 끝난 9월 중순 어느 날 오후. 6학년 아이 세 명이 교장실을 방문해서 인터뷰하고 싶은데 시간을 내주실 수 있는지 물었다. 방문 시간을 약속하고 인터뷰를 하게 됐다. 질문 요지는 학교에 부임한 소감과 앞으로 학교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 학교 경영의 방향에 관해 묻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생각을 말하는데 휴대전화로 동영상까지 촬영하며 수업시간에 활용할 계획이라는 것이었다.

나의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초등학생 시절 교장실을 자의적으로 찾아가 방문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생각이 부족해 남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부 아이들의 모습에서 미래를 걱정하기도 하지만 대다수 아이는 자신의 꿈을 찾고 가꾸기 위해 자주 학교 도서관을 찾아 미래의 희망을 읽는다.

'오염되지 않은 해맑은 영혼의 백지장에 교육이라는 그림을 어떻게 구도를 잡고 붓으로 그려 나가야 할까?'

언어라는 의사표현의 붓과 진솔한 삶의 모습이라는 그림물감으로 정성을 다해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다.

교육은 어른의 진솔한 삶의 모습을 통해 아이들이 보고 배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멋지고 훌륭한 그림이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우리 성인 모두의 몫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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