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버섯처럼 자란 마사회 마권장외발매소]
市 “경제 활성화” 유치 추진
반대측선 교육·안전 악영향
내주초 주민투표 여부 결정
마사회 안건상정 미정 상태

지난 7월 충남 보령시가 한국마사회에 마권장외발매소(이하 화상경마장) 유치 신청서를 낸 것을 놓고, 시민들과 자치단체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오는 21일 마사회의 정기 이사회가 예정된 가운데 보령시의회는 시민사회단체가 제안한 ‘화상경마장 유치 관련 찬반 주민투표’를 시행할지 여부를 다음주 초에 결정하기로 했다.

17일 한국마사회, 보령시, 보령시의회, 화상경마도박장 유치 철회를 위한 보령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 참여연대 등에 따르면 김동일 보령시장은 지난 8월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천해수욕장 제3지구 1만 75㎡ 부지에 마권장외발매소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령시는 이런 사실을 공개하기 한달여 전인 지난 7월 24일 마사회에 화상경마장 유치 신청서를 이미 제출한 상태였다.

시 측은 “화상 경마장이 들어서면 관광객 유치와 세수증대(매출액 기준 약 14% 지방세 유입), 연수원 부지 분양 촉진, 지역주민 200여명 고용촉진 등 보령시 미래를 위해 좋은 점이 많다고 판단해 추진한 사업”이라며 “화상경마장 유치를 요구한 관광협회 등 일부 시민들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고 유치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시가 직접 나서 화상경마장 유치를 신청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다른 의견을 가진 시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보령시 시민사회단체는 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렸고, 지난달 10일 열린 ‘화상경마장 유치 철회를 위한 보령시민 궐기대회’에는 학부모와 학생, 교사 등 보령시민 등 500여명(시민대책위 추산)이 모여 화상경마장 유치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궐기대회에 모인 시민들은 화상경마장을 ‘합법적인 도박장’으로 지칭하며, “머드축제 등으로 좋은 명성을 쌓고 있는 대전해수욕장에 화상경마장이 들어서면 ‘대천해수욕장의 관광상권이 황폐화되는 것은 물론 보령시 전체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시민들은 시가 내놓은 화상경마장 예정부지 인근에서 불과 450~600m 떨어진 거리에 충남해양과학고, 대천서중, 청파초 등 학교와 충남학생임해수련원 등 교육시설이 있는 것을 지적하며, 지역 학생들의 교육 및 안전에 경마장이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화상경마장 유치를 놓고, 지역 내 갈등이 커지자 시민대책위는 지난 3일 공식적으로 시민들에게 찬성·반대를 묻는 ‘주민투표’를 제안했다. 이에 보령시의회는 17일 열린 의원 간담회에서 화상경마장 유치에 대한 찬반 주민투표가 현행 제도상 가능한지 법률 검토를 거친 후 오는 24일 다시 회의를 열어 시행 여부를 최종 결정키로 의견을 모았다.

오는 21일로 예정된 마사회 정기 이사회를 앞두고, 보령시는 여전히 확고한 유치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보령시 관계자는 “갈수록 줄어드는 대천해수욕장 관광객의 유입과 수년째 미분양되고 있는 3지구 매각이 절실한 상황에서 관광특구 안에 화상경마장 유치가 절박한 상황”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호창·김영준·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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