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대전시의회 의장

페이스북에서 화제가 된 '여자애처럼(like a girl)'이란 동영상이 있다.

처음엔 20~30대 여성들에게 '여자애처럼 뛰어봐, 싸워봐, 공을 던져봐'란 주문을 던지자 그들은 매우 소심하고 소극적인 액션을 보여준다. 반면 열 살쯤 여자아이에게 이 주문을 던지자 얼굴을 찌푸리고 온 힘을 다해 힘껏 뛰고 던진다. "여자애처럼 달려라"를 어떻게 받아들였나를 묻자 아이들은 "가능한 빨리요"로 답했다. 이 동영상이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여성성이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암묵적 요구에 의해 자라면서 형성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페이스북 최고운영자 셰릴 샌드버그가 여성리더에 대한 견해를 담은 ‘린인(LEAN IN·달려들다)’을 출간했다. 책속에는 포브스지에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5위에 오른 일화가 소개됐다. 미셸 오바마를 앞질렀다는 것에 오싹함을 느낀 그는 축하를 건네는 동료들에게 '우스꽝스럽다'고 답하며, 페이스북에 링크를 걸어 놓은 친구들에게 당장 지워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하지만 며칠 후 비서의 충고를 듣고 여성이기에 스스로를 작게 보는 내면의 불안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자신의 적절치 못한 대응을 깨달았다고 한다.

필자는 지난 7월 대전시의회 의정사상 처음으로 여성의장으로 선출됐다. 많은 축하와 함께 빠지지 않는 질문은 '최초 여성의장으로서~'였다. (잠시, 함께 출발한 파트너 권선택 시장께는 '남성으로서~'란 질문이 한 번도 없었음.)

30년 전 여성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정치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여성이라는 것을 무기나 방패로 사용해 본 경험이 없어서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이 질문을 던진 분들 또한 사회의 암묵적 요구에 길들여진 분들일 것이다. 여성은 물론 남성도….

이처럼 여성에겐 보이지 않는 많은 장애가 존재한다. 셰릴의 표현을 빌리자면 '여성이 외부뿐만이 아니라 내면에 자리한 장애물에도 걸려 넘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성은 한창 일할 시기에 출산·육아·가사를 도맡는다. 또한 배려를 미덕으로 배우며 자라나 자녀와 배우자에 대한 선행적 배려로 목표를 스스로 낮추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우리 사회에서는 '야심만만해'라는 말이 남성과 결합하면 칭찬이 되지만, 여성과 결합하면 불문율을 거스르는 것으로 그 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속뜻을 내포하고 있다.

지난주 고용노동부의 면접요령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결혼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계획은 물론 이성친구도 없다', '커피 같은 잔심부름을 시키면 어떻게 하겠나?'라는 질문에는 '한 잔의 커피도 정성껏 타겠다'를 모범답안으로 제시했다.

국가기관인 고용노동부의 사례는 웃지 못 할 우리의 현실이다. 먼저 여성이 불합리에 대한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내면에 존재하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큰 꿈을 향해 도전과 노력을 이어가야한다. 여성들이여! 암묵적 요구에 굴하지 말라. 큰 꿈을 가지고 도전하고 당당히 요구하라. 오늘의 필자도 멈추지 않는 도전과 꿈을 향한 노력의 결과라 자부한다.

이 글을 읽고 '리더'의 꿈을 품는 여성들이 늘어나길 바라며, 끝으로 여성의 힘으로 라이베리아 내전종식과 노벨평화상을 이끌어낸 레이마 그보위의 말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전쟁 때문에 대량 강간과 테러로 고통 받는 여성을 도와주는 길은 영향력을 손에 쥔 여성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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