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김진수 K-water 충청지역본부장

'가을비는 장인 구레나룻 밑에서도 피한다' 라는 속담이 있다. 가을비는 그만큼 오는 비의 양이 적다는 뜻이다. 지난달 전국 강수량은 118㎜로 평년대비 224%, 1973년 이후 최고 3위를 기록해 가을치고는 매우 강한비가 내렸다. 올 여름에는 장마철에 비가 많이 오지 않아 '마른장마'라고 했는데, 가을에는 반대로 평소보다 비가 많이 내린 것이다.

최근에는 폭우, 폭염, 한파 등 기상이변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재난이 대형화·다양화되고 있다. 도시지역은 국지성 호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빗물이 스며들지 않는 불투수 면적 증가, 지하시설물 활용증대, 인구 유입과 산업 집중 등으로 홍수 발생 시 그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자연재해의 87%가 태풍, 호우 등에 의한 피해이고 최근 5년간 홍수피해의 98.7%, 피해금액 4223억원이 지방 중소하천에서 발생하고 있다. 국가 대하천은 하천정비사업 등을 통해 효율적 보전·관리가 이뤄지고 있으나, 지방 중소하천은 여전히 자연재해에 대한 대응과 피해예방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예방-대비-대응-복구 단계’에 따라 재해관리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의 재난관리는 '예방, 대비' 보다는 '대응, 사후 복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하천 관리주체들이 자발적인 치수예방사업에는 소극적이고, 대규모로 수해가 발생할 경우 복구에 대한 국고지원 비율이 높아 예방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다. 사후 복구에 드는 비용보다 예방에 더 많은 투자를 한다면, 예산과 피해 모두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기상이변으로부터 지방 중소하천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응 해법이 모색돼야 한다. 그 첫 단추가 홍수재해통합관리시스템의 구축일 것이다. 홍수재해통합관리시스템은 지방 중소하천의 '수위 홍수 모니터링 기준'을 수립하고 실시간 수문관측, 홍수예경보, 수리시설물 원격 감시제어, 기상청 등 유관기관과 수문정보 연계 및 재난종합상황실 운영 등 통합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를 통해 모든 관련 기관이 물정보를 통합·연계해 상류에서부터 하류에 이르기까지 강우량, 하천 수위 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상황별 대응 기준을 토대로 사전 예측과 원격운영 등으로 재해에 선제적으로 대처가 가능하게 된다.

K-water는 이미 2010년 남원시를 시작으로 무주군 , 군산시 등에서 홍수재해 통합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사업을 시행해 오면서 좋은 호응과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 현재 충청지역에서는 30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홍수재해통합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홍보와 기초 진단 참여 요청을 하고 있다. 이미 영동군, 보은군과 단양군은 맞춤형 사업 도입을 위해 기초진단을 수행하고 있다. 향후 홍수재해통합관리가 충청지역을 포함한 전국적으로 확대된다면, 국민에 대한 물관련 재해 예방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칠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달 장마에는 못산다'라는 속담이 있다. 휩쓸고 지나가는 장마에 의한 물난리 피해가 훨씬 심하다는 뜻이다. 홍수재해통합관리사업은 K-water의 47년 물관리 기술과 경험을 집약해 홍수에 대한 재난대응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사업이다. 지자체 중소하천의 재해에 대비해 홍수재해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면 재해에 선제적으로 대처함으로써 국민들의 인명·재산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K-water는 국내 유일의 물관리 전문기관으로 '재해 걱정없는 안심 국토 정책과 통합물관리(IWRM) 실현'에 있어서 공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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