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장민호 공주대 교수

4대강은 여전히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많은 언론에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집중적인 취재와 보도를 계속해 온 덕분일까. 필자도 출근과 동시에 4대강 관련 뉴스를 확인, 검색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지 오래다.

4대강과 관련한 최근의 핫 이슈는 큰빗이끼벌레다. 며칠 전 이 벌레와 관련한 중요한 기사가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큰빗이끼벌레는 혐오감을 느낄 만큼 외형이 특이하다. 괴물이라는 별명까지 생길 정도의 특이성 때문인지 엄청난 수의 기사를 단기간에 쏟아내기 일쑤다. 물론 대부분의 기사는 "해롭다. 유해하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심지어는 큰빗이끼벌레는 우리 하천에 무조건 해로워야지 그렇지 않으면 무슨 문제라도 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전달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빠른 편이다. 그 덕분에 사람들의 머릿속에 큰빗이끼벌레가 유해한 괴물벌레라는 인식이 너무 빨리 뿌리내린 듯하다.

필자의 지인 가운데도 '큰빗이끼벌레가 4대강을 죽이는 해로운 벌레라는데 사실이냐'고 묻는 분이 있다.

큰빗이끼벌레에 대한 비난이 정당하려면 왜, 그리고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등에 대한 정확한 자료와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 동물에 대한 연구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미 많이 이루어졌다. 특히, 본래 서식지였던 캐나다와 북미 지역에서 많은 연구가 있었다. 북미지역 연구결과에는 큰빗이끼벌레가 생태적으로 유해하다는 내용은 거의 전무하다시피하다.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일부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긴 하나 극소수다. 악영향의 내용도 취수구의 물길을 막는다거나, 오랫동안 쓰지 않는 보트의 엔진에 붙어 있다는 정도다. 우리나라의 여러 호수와 저수지 등에서도 오래전부터 이 동물이 출현했었지만, 현재까지 문제가 된 경우는 없었다.

며칠 전 매우 흥미로운 기사를 봤다. 큰빗이끼벌레의 유해성을 확인했다는 기사였다. 연구하는 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제목부터 반갑고 가슴에 와 닿았다. 지금까지의 학술적 내용을 포함하지 않은 추측성 기사가 아니라, 과학적 분석과 근거를 바탕으로 큰빗이끼벌레에 접근하였다는 점이 무척 고무적이어서였다.

큰 관심을 가지고 기사를 집중해서 꼼꼼하게 읽어봤다. 아쉬웠다.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랬다. 실험 전 단계에서 큰빗이끼벌레가 유해하다는 것을 미리 설정하고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실험과정과 결과에 대한 의아한 마음을 가지게 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으로 가히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큰빗이끼벌레는 국내에서 진행된 연구가 거의 없다. 이제 겨우 시작단계고, 그마저 아직 진행 중이다. 외래종이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없었던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자료와 충분한 검토 및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현장감 없는 실험조건에 따른 부정확한 실험결과를 가지고 소모적 논쟁을 펼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 동물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또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의 진행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큰빗이끼벌레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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