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아이 떠나 보낸 태안 사설 해병대캠프 유족들
“친구들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다섯 아이들의 시간만 멈췄다”
시험장 가는 학생들 보며 울먹
“아이들 몫까지 더해 잘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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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충청투데이 DB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3일, 누구보다 힘겨운 하루를 보낸 이들이 있다. 지난해 충남 태안에서 자식을 잃은 사설 해병대캠프참사 유족들의 가슴은 이날 또 한번 무너져내렸다. 고(故) 김동환, 이병학, 이준형, 장태인, 진우석 군. 살아있다면 이날 수능시험을 치렀을 아이들이다. 수능시험장을 향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아버지는 멈춰버린 아들의 시간을 생각했다. 동환 군의 아버지 김영철 씨는 “어제 아들의 모교인 공주사대부고를 찾아갔다. 다섯 아이들의 시간은 멈춰 있지만 그 시간을 초월해 다른 아이들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능날인 오늘 어쩔 수 없이 하루종일 가슴이 벌렁거린다. 첫눈까지 내려 마음이 더 시리다”며 울먹였다. 그래도 아버지는 아들 친구들에 대한 진심어린 걱정을 잊지 않았다.

김 씨는 “수능시험장에 들어서는 학생들을 보면서 ‘우리 학교(공주사대부고) 학생들도 수능을 볼텐데 고사장에서 그 아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시험을 볼까. 다섯 아이들 몫까지 더해 정말 잘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섯 아이들도 하늘에서 친구들을 걱정하고 응원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병학 군의 아버지 이후식 씨는 어제 오후부터 심란한 마음을 달래려 결국 술잔을 기울였다. 생전 병학 군의 꿈은 경찰 프로파일러가 되는 것이었다. 학교수련활동으로 진행된 사설 해병대캠프에 참여하기 위해 태안으로 떠나기 전 병학 군은 엄마에게 “재수를 해서라도 꼭 꿈을 이루고 싶다. 캠프에 다녀와선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렇게 떠나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 아들 생각에 이 씨는 오랫동안 원인불명의 심한 기침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 씨는 “병학이는 세상에 나와 자기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한 많은 삶을 마감했다. 다른 유족들도 나와 내 아내처럼 오늘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을 거다. 마음 한 구석의 허전함은 죽는 날까지 채워질 수 없을 것이다. 단지 우리 아이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헛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우리 아이들의 희생을 계기로 앞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은 더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그런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유족들은 자신들의 아픔을 차갑게 외면하는 정부의 태도에 몸서리를 쳤다. 이 씨는 “보상금 문제뿐 아니라 재발방지대책까지 그동안 교육부와 협의하던 사안들이 있다. 그런데 지난 9월 1일 황우여 장관을 만난 이후로 교육부는 태도를 돌변했다. 당시 장관은 유족들과의 소통창구를 유지하고, 유족이 원하면 장관과의 만남 자리도 더 갖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장관을 다시 만나고자 요청해도 어떤 답변도 없고, 긴 장문의 편지까지 써서 장관에서 보냈지만 답장조차 없다”며 시선을 돌렸다.

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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