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정인화 한국폴리텍대학 홍성캠퍼스 학장

취업시즌이 돌아왔다. 물론 취업의 시즌은 없다고도 한다. 그러나 통상 대기업과 공기업 공채가 주를 이루는 시기를 우리는 그렇게 말한다. 최근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에 따르면, 대기업 110개사의 대졸 공채규모가 전년 대비 7.1% 감소했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만큼이나 채용시장은 움츠러들었다. 중소기업의 채용규모도 당연히 줄어들 것이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지식경제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모든 영역에서 그것을 받아들이고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패러다임을 전환한다고 하는 것은 생각하는, 행동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생각건대, IoT(Internet of Things)나 3D Printer 등 IT분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뿌리산업의 영역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발을 딛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 인력은 짧은 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결실을 맺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한 자연의 섭리처럼 말이다. 또한 단순한 기능을 요하는 직무가 아닌 창조적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핵심 기술 인력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력은 넘쳐나지만 진짜 필요한 인재는 얻기가 힘들다.

우리가 살아왔던 산업화시대, 인간행동의 동기요인은 경제적인 것, 즉 돈이었다. 그러나 창의성과 기술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요구하는 지식경제시대에는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사람을 쓰는, 조직을 운영하는 방법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

지금까지 기업이라는 조직은 조직의 내·외적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잘 갖추어진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조직의 일원으로서 기능하기를 기대했다. 그러한 시스템은 관료화를 기반으로 사람들을 통제하고 관리함으로써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규모 생산시설이나 유통인프라 등을 구축하지 않아도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사회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규범의 파괴와 제도적 틀의 유연화를 요구한다.

일은 하고 싶을 때 한다. 즉 몰입(沒入)이 가능할 때 한다. 당연히 근로시간의 선택권이 있고, 통제와 감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 일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올 6월, 일명 꿈의 직장, 제니퍼소프트는 하루 근로시간을 7시간으로 단축했다. 물론 오전 10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을 권장한다. 그냥 열심히 일(Work hard)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며 일(Think hard)하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불가능한 유토피아적 상상이 아니다.

창조경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에서는 변화를 찾기 힘들다. 물론 교육기관은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수준의 인재를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근로시간으로 노동의 가치를 판단하던 시대는 지났다. 구태(舊態)를 버리는 것으로 부터 창조는 시작된다. 창조적 인재(人材), 이미 존재하는 것을 그저 뽑아 쓰는 것이 아니다. 조직 속에서 성장하고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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