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센터 고마 개관 특별전
사전트 ‘스터디 온어 영우먼’

▲ 존 싱어 사전트, Study on a young woman, 1887년경, Oil on Canvas 41×41cm. 아트센터 고마 제공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자란 매력적이고 지적이었던 화가 존 싱어 사전트는 추운 다락방에서 그림을 그리던 가난하고 불우한 예술가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었다.

흔히 미국 화가로 분류되는 사전트는 그의 출생에 관해 정확히 말하자면, 이탈리아 피렌체에 살고 있던 미국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생애의 대부분을 유럽에서 보냈으며, 부모의 고향인 미국을 처음으로 방문한 것도 스물한 번째 생일을 맞기 바로 직전이었다.

오늘날 사전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마담 X(피에르 고트로 부인)’은 사실 실패작이었다. 뇌쇄적인 드레스를 입고서 도자기처럼 흰 피부를 뽐내는 이 여인의 초상화는 포르노그래픽 같다는 혹평까지 들었다. 사전트는 종종 인상주의 화가로 언급되곤 한다. 

그가 모네와 함께 작업한 것도 사실이고, 또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1885~1886)’와 같은 작품에서는 인상주의적인 기법을 시도한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인상주의는 사전트의 미술에 영감을 제공했던 수많은 기법들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의 초상화법 덕분에 사전트는 영국의 귀족부터 미국의 대통령,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백만장자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사전트에게 초상화를 의뢰했고 그들의 초상화를 그려줌으로써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가난하고 사회에서 무시당하는 소외 계층의 사람들을 그리는 데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집도 없고 가난에 찌든 노동자들의 모습을, 그들의 고용주들만큼이나 중요한 인물로 보이도록 표현했다. 이 초상화들에서는 그들의 고된 노동에 대한 사전트의 깊은 이해와 감탄이 잘 드러난다. 

‘엘 할레오(1882)’는 커다란 캔버스에 춤추는 집시의 모습을 그린 사전트의 대표적인 빈민의 초상화다. 이 초상 인물은 사전트가 높은 금액을 받고서 초상화를 그려주었던 부유한 상류층들의 초상보다 훨씬 더 생생하고 열정적이며 뛰어나게 묘사됐다.

<이상희 아트센터 고마 전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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