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 칼럼]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산업경영과 교수

부탄과 한국은 ‘경제와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극명하게 비교된다. 부탄을 보면 현재 한국의 자화상을 성찰하게 된다. 부탄은 인구 72만명인 소국으로 세계에서 ‘행복의 나라’로 통한다. 2011년 유럽 신경제 재단(NEF)이 발표한 국가행복조사에서 143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이 조사에서 부탄 국민 100명 중 97명은 ‘나는 행복하다’고 답했다.

부탄은 1972년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 당시 국왕이 ‘국민총행복(GNH)’ 개념을 제안하면서 행복 중심의 경제 발전을 추구했다. 유엔이 2012년 ‘세계 행복의 날’을 지정한 것 보다 40년 앞서 추진했던 것이다. 그리고 2008년에는 GNH지수를 만들었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부탄 총리를 두 번 역임한 지그메 틴레이가 국민행복위원회(GNHC)를 만들어 추진했다.

GNH지수는 경제·문화·환경·정부 등 4개 항목과 심리적 복지, 건강, 문화, 시간 사용 등 9개 영역을 각각 72개 척도에 따라 평가해 수치화하는 행복측정공식으로, 부탄 정부는 GNH지수에 따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의 실질적인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중장기적인 ‘5개년 계획’을 마련해 실시하고 있다.

한국은 한 해 국내총생산(GDP)이 2014년 IMF기준 1조 4459억 달러로 전 세계 13위이다. 반면 올 3·20 ‘세계 행복의 날’을 맞아 유엔에서 156개국 행복지수를 조사한데서 41위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4개 회원국을 비교한 지표에선 한국이 노동시간 2위, 산재사망률 1위, 자살률 1위, 국민행복지수 33위, 출산 꼴찌를 기록했다. 결국 한국은 경제 수준과 행복이 함께하지 못하는 나라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한국의 이러한 현상은 매슬로(A.H. Maslow)의 욕구단계론을 무색하게 한다.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를 생리적 욕구, 안전 및 안정의 욕구, 사회적 귀속의 욕구, 인정받는 자아 욕구, 능력발휘의 자아실현 욕구 등의 단계로 우선 순위를 분류했는데, 한국의 경우 경제가 성장하면서 점차 상위 욕구단계로 이동하지 못하였음은 물론 하위 단계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올해만 하더라도 지난 2월 생활고를 비관한 서울 송파구의 세모녀 자살, 4월에 있었던 세월호 참사, 최근 아파트 경비원의 분신자살, 소득의 불평등 심화 등 많은 사건과 상황이 나타나 사회적 갈등을 만들어냈다.

“한국은 정말 놀라운 국가다. 아시아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정말 존경스럽다. 그런데 한편으론 너무 치열한 삶이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한 것 같다. 충분히 자야한다. 일은 좀 줄이고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늘려야 한다. 건강을 해치고 가족과 멀어지면 나중에 후회한다. 조화를 추구할 수 있도록 사회가 변해야 한다”란 지그메 틴레이 전 부탄 총리의 충고를 깊이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국민총생산(GNP)이나 국내총생산(GDP)를 강조하며 경제선진국을 따라가기 위해 물질적 경제성장에 매진했는데, “GDP에 기반한 경제모델은 가장 중요한 본질, 행복을 놓치고 있다. 이제 세계는 행복에 기반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란 지그메 틴레이의 말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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