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럼]허원욱 청주시 흥덕구청장

살기 좋은 마을이란 어떤 마을인가. 예로부터 살기 좋은 마을이란 경치 좋고 인심 좋은 곳을 일컬어왔다. 동네 앞에 맑은 물이 유유히 굽이쳐 흐르는 아름다운 냇가가 있고, 뒤쪽엔 갖가지 아름다운 꽃들이 피고 지는 병풍모양의 산이 둘러쌓여 있는 배산임수형의 경치 좋은 곳이 우리 인간이 가장 살기 좋은 자연조건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준은 고도의 첨단문명이 발달한 현대에 이르러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경치만 좋다고 살기 좋은 조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는 없다. 가장 살기 좋은 조건을 과거 농경사회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남향동네에 배산임수형의 아름다운 경치가 있음은 물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름진 문전옥답과 마을사람들의 넉넉하고 훈훈한 인심이 더해질 때, 그러한 마을을 가장 살기 좋은 마을로 일컬어 왔다.

우리나라 도시의 입지조건을 살펴보면 대개 배산임수형의 아름다운 조건을 갖추고 있는 도시들이 예로부터 살기 좋은 곳으로 발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도시로는 수도 서울을 꼽을 수 있고, 그 외에 북한의 평양과 개성 그리고 청주 등이 그러한 조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배산임수형의 경치조건이 무시되고, 인위적으로 조성한 계획도시가 더 살기 좋은 조건들을 갖추고 있는 곳도 많다. 그것은 인공적으로 조성한 계획도시가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필요충분조건들을 잘 갖춰 놓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현대의 도시들은 과거로부터 전해오는 전형적인 패러다임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 인간들이 가장 살기 좋은 조건들을 창출해내고 있다. 비록 배산임수형을 갖춘 남향동네는 아니더라도,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조건들을 충족시킨다면 이 또한 가장 살기 좋은 으뜸마을이 될 수 있다.

살기 좋은 으뜸마을 가꾸기의 유·불리 조건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삶의 터전과 지형지세만을 탓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욱이 첨단산업이 발달한 현대에 이르러서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모래·자갈밭이 기름진 문전옥답보다 더 쓸모 있는 땅이 되고, 과거엔 아무런 쓸모도 없던 황무지가 개발자의 안목에 따라 최고의 명당으로 변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흥덕구는 올 가을부터 '살기 좋은 으뜸마을 우리 손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살기 좋은 으뜸마을 가꾸기 시범운동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이 운동은 2015년부터 제2의 새마을운동 차원에서 적극 전개해 생활주변을 더욱 쾌적하고 아름답게 가꿈으로써 지역의 이미지를 새롭게 고양시킴은 물론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애향심을 함양하게 될 것이다.

물론 적은 예산도 없이 민간주도 운동을 한다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지역을 사랑하는 마을주민들의 확고한 의지가 있는 한, 이 운동은 큰 성공을 거두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보다는 먼 훗날을 생각하며, 우리 마을을 상징하는 나무 한 그루를 더 심을 때 그 나무는 훗날 우리 마을의 역사를 후세에 알려주는 수호신 같은 아름다운 거목으로 자랄 수 있을 것이다. ‘살기 좋은 으뜸마을 가꾸기 운동’에 지역주민 여러분의 보다 많은 관심과 동참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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