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김춘경 다누리1577-1366대전센터장

전화너머로 들려오는 A의 목소리는 절규하듯 외쳤다. "나는 한국에서 살 수 밖에 없어요. 지금 내가 어떻게 본국으로 갈 수 있겠어요. 그곳에 간다 한들 살 수도 없어요. 나좀 도와주세요."

그녀는 한국에서 생활한 지 6년이 넘어가고 있었고, 곧 학교를 다닐 아이를 위해 주민등록등본에 당당히 아이의 엄마로, 한국인으로 등록되고 싶었다. 국적취득 신청을 하고 1년여 기다림 끝에 국적취득심사 면접날짜가 나왔다. 관할지역 출입국관리사무소의 국적담당자는 남편과 꼭 함께와서 면접을 보라고 했다.

남편이 오지 않으면 국적취득이 어렵다고 했다. 그런데 결혼 1년 후부터 시작된 남편의 신체·정서적 폭력은 계속됐고, 최근에는 딸을 보러온 친정엄마 앞에서도 폭행을 당했다. 왜 맞는지 이유는 정확히 모른다.

이번에는 쉼터도 가지 않고 참았다. 남편에게 잘못보이면 안되니까 아파도 억울해도 그저 참았다. 남편의 폭행보다 더 힘든 것은 한국에서 살아야 하는 자신의 불안한 체류자격이었다. 자신의 체류연장도, 국적도 결국은 다 남편에게 달린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남편은 국적취득 해주기 싫다며 함께 가 줄 수 없다고 윽박질렀다. 그녀는 자신이 무의미한 존재 같다고 했다. 결혼한지 1년만에 남편이 갑자기 사고로 세상을 떠나 낯선 땅에 혼자 남게진 B는 충격으로 유산까지 했다. 공교롭게도 체류기간 만료까지 겹치면서 슬픔을 추스릴 여유도 없이 체류연장을 하러 갔다.

시부모님도 동행했지만 그녀가 받은 체류기간은 고작 5개월이었다. 이유는 남편의 사인이 정확히 나와야 체류기간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남편의 죽음의 원인에 대한 혐의가 B에게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보겠다는 것으로 생각되어진다고 화가 난다고 했다. 결혼이민자 특히 여성의 경우 체류자격에 관한 한국인 배우자의 영향력은 절대적인 권력이다.

일부 한국인 배우자는 외국인 보호자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기도 한다. 결혼이민자가 체류연장시 과거 남편의 동행이 필수였지만 인권문제로 여성혼자 신청할 수 있게 변경됐다. 그러나 여전히 남편의 동의를 확인하지 않았거나 자녀가 없는 결혼이민여성의 체류 연장은 어려운 현실이다. 그렇다면 결혼이민여성은 엄마로서의 존재이거나 남편의 남편에 의한 남편을 위한 존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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