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청년위원장

가을, 대학의 학술제가 한창이다. 정치 관련 전공학생들의 학술제 가운데에는 '모의국회'가 있다. 모의국회는 ‘공적 영역에서의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과제를 토론과 설득이라는 의회의 기능을 보여주는 일종의 훈련과 실험의 장으로서 해당 학과의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초 대전대학교 정치언론홍보학과 학생들의 모의국회 주제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것이었고, 다음주에 열리는 충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모의국회는 '의료민영화'에 관련된 것이다.

학생들이 경제민주화와 의료민영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질병 치료에 차등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일반 국민의 정서라서, 사회의 구성원은 소득, 교육 수준, 거주 지역, 성별 등에 관계없이 차별 없는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의료복지 확대 정책으로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증질환 100% 보장'이라는 장밋빛 공약을 내놨지만, 당선 뒤 인수위 활동 기간에 이르러 비급여 항목인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간병비는 제외된 공약이라고 밝혔다.

복지 강화를 외치던 정부와 여당은 의료민영화에 대한 정책을 연이어 내놓았다. 그런데 제1야당은 의료보장성 강화와 같은 보편적 복지정책의 성과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거나 중앙정치의 이슈로 만들지 못했고, 정부여당과 정치공학적으로 대립했다.

민생문제의 해결과 그 대안으로서 복지국가에 대한 관심은 학생 뿐만 아니라 일반국민도 가지고 있다. 최근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실시한 ‘우리 국민이 20~30년 후 희망하는 우리나라의 모습'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분배가 공평하고 빈부격차가 별로 없는 복지국가'(39.8%)가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GDP 대비 정부 재정의 규모는 31% 정도로 OECD 평균(42.7%)이나 EU지역 평균(45.0%)에 비해 현격하게 적고, 정부의 총지출 중 공공 사회복지지출도 다른 OECD 국가들이 50% 수준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8.5%에 불과하다.

정부 재정의 규모가 너무 작고 그 중에도 보육과 교육, 의료, 주거, 일자리, 노후 등이 보장되지 못하니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공공분야의 일자리가 별로 없으니 취업을 하기가 어려워 4수를 해서라도 공무원과 공기업, 그리고 대기업을 향해 과도한 경쟁시스템 속에서 헤매이게 되는 것이다.

최근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21세기 자본'에서 이 사회에 경고하는 것은 소수에 집중된 자본소득을 제어하지 않으면 불평등이 참을 수 없이 커지고 '세습자본주의'에 갇힌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 '자본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그 해법이라고 하는 건 지금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대학에서 정치를 전공하는 학생들의 모의국회 행사가 시대의 정치적 상황을 대중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의미라면 올해 경제민주화와 의료민영화로 진행되는 이들 대학 모의국회 주제가 현재 우리의 삶이 정치가 어떻게 해줘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일 것이다.

정치는 실종되고 정치놀음만 넘쳐나는 상황 속에서 국가안전시스템에 대한 국가개조적인 작업이 늦어지고 국민다수가 가져야 할 보편적 욕구실현에 대한 정치권의 답은 요원한 상태에서 청년 정치학도들의 행사에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국가의 미래가 청년세대의 삶에 있다고 할 때 청년의 미래가 암울한 사회는 우리 모두가 함께 바꿔가야 할 시급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