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혁 청주시 농업기술센터소장

1960년도에 우리나라에서 쌀은 한말에 약 1000원정도 했다고 한다. 그 당시 서울지역의 땅값은 지금의 강남지역이 3.3㎡에 1000~1300원 정도 했다고 하니 가히 쌀값의 위력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화폐적 가치로까지 우대 받던 쌀이 먹거리가 풍족해지고 소비가 둔화되면서 그 가치를 잃고 남아돌면서 어려움에 처하기 시작할 무렵 또 개방화라는 칼날을 맞으면서 국제화라는 글로벌 정책의 압력 속에서 더 어려움을 겪게 됐다.

1980년대부터 시작해 난항을 겪던 우루과이라운드가 1993년도에 타결되면서 쌀시장 개방의 압력이 시작되고 우여곡절 끝에 20년간 유예를 하면서까지 쌀 시장 만큼은 내줄 수 없다며 지켜왔다. 하지만 우리는 2015년 1월 1일부터 관세화를 하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맞이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쌀도 이젠 전 세계의 농가와 무한경쟁시대를 맞게 됐다. 규모나 기반 면에서 취약한 우리나라의 벼 재배농가들에게는 크나큰 위기다. 이에 정부는 발 빠르게 수입쌀에 대한 관세를 513%로 적용해 우리 쌀 농가를 보호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는 등 쌀 산업의 보존과 발전을 위한 정책개발에 분주히 나서고 있다. 쌀농사는 우리 조상 대대로 우리민족과 함께 해온 우리의 문화이며 역사이기에 쉽게 포기해서도 안 되고 식량 안보차원에서도 중요한 영역임엔 틀림이 없다.

최근들어 쌀시장 동향을 보면 세계에서 쌀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가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가 되면서 쌀시장의 미래를 예측하게 한다.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에서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쌀을 주식으로 하지만 벼 재배에 적합하지 않은 기후와 물 부족 때문에 쌀을 수입해야만 되는 나라들로 구성돼 있다. 결국 아프리카 나라들의 경제 수준이 어느 정도 올라가게 된다면 국제 쌀 소비는 늘어날 것으로 볼 수있다.

중국 또한 쌀 재배면적의 급감과 농업인들의 도시 진출은 물론 동북 3성에서의 쌀농사 변화과정을 보면 바로 세계 쌀 수입 1위국가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쌀의 국제적 미래 전망을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벼농사 측면에서도 우선 맛 좋고 병충해에 더 강한 품종 개발에 진력해 친환경적이면서도 밥 맛좋은 쌀 개발은 물론이고 수량보다는 기능성 쪽에 초점을 맞춰 품종을 개량하는데 진력해야 한다. 20년 만에 쌀 시장을 개방한 우리는 그동안 유예를 통해 얻은 교훈과 미리 쌀시장을 개방한 대만이나 일본의 경우를 공부하면서 내년 1월 1일을 맞을 채비를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벼 재배 농가를 간접적으로 보호하면서도 그들이 자립적으로 벼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병행하면서 우리의 쌀이 대대손손 문화적·재산적·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지금 아무리 쌀이 흔하고 남아돈다고 해서 쌀을 천덕꾸러기 인 것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 쌀 소비를 촉진하도록 하는 정책을 통해 가공과 식품산업을 육성해 나가야 한다.

분명 쌀은 가까운 미래에 가치를 다시 인정받을 날이 있을 것이며 세계인구가 90억명이 넘는 순간부터 지구상에서 가장 문제가 될 식량문제를 미리 확보한다는 차원에서도 우리의 쌀은 지켜져야만 하는 고귀한 산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