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속 사연]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도무지. '아무리 하여도', '이러니저러니 할 것 없이 아주'라는 뜻이다. 전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을 때 쓰는 말이다. '이 문제가 도무지 풀리지 않아', '사고뭉치의 학생들에겐 도무지 잘못함을 뉘우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아'. 어원이 미상이나 옛 사형(私刑)의 이름에서 유래된 말로 아주 무시무시한 사연을 담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도모지(塗貌紙)'라는 벌이 행해졌다. 죄수 얼굴에 젖은 한지를 겹겹이 발라 놓는 벌이다. 아니 귀까지 덮어 놓는다. 한 번 상상해 봐라. 말을 하지도, 듣지도, 먹지도 못한다. 더 더욱 숨조차 쉬기 힘들다. 질식해 죽기 때문에 서서히 죽이는 아주 끔찍한 형벌이다.

천주교 박해 때 이 도모지가 사용됐다. 얼굴을 한지로 덮은 채 물을 뿌림으로써 숨이 막혀 죽게 하는 백지사(白紙死:일명 도모지)로 많은 천주교인들이 피해를 당했다 한다. 당시 벽지 바르기와 유사해 도배(塗褙)형이라고도 했다. 

일제 강점기의 시작을 알리는 을사보호 조약(1905)의 울분을 참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황현(黃玹)도 도모지를 언급했다. '엄격한 가정의 윤리 도덕을 어그러뜨렸을 때 아비가 눈물을 머금고 그 자식에게 비밀리에 내렸던 도모지라는 사형(私刑)이 있었다’ <梅泉野錄(매천야록)> 대원군 시대에는 포졸들이 사형(死刑)집행을 꺼려 죄수 얼굴에 백지를 붙여 물을 뿌려 질식시켜 죽였는데 이 형벌을 도모지라 했다. 언제부턴가 이 '도모지'가 '도무지'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도무지 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정치와 경제가 불투명하다. 그러니 뒤따르는 사회, 문화, 예술, 국방 등 온갖 하부사회가 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어디로 뛸지 모르는 개구리와 같다. 무언가를 위해 요란하고 법석을 떨지만 결과는 늘 빈 수레다. 위도 없고 아래도 없고 좌우도 없다. 제멋대로다. 상상을 초월하는 짓거리가 횡횡한다. 껍데기는 그럴 싸 하지만 알맹이는 혼돈스럽다. 도무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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