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처남등 의기투합 노인들에 매달 음식잔치

▲ 대전시 서구 도마동 장수본가 김학수 사장(맨앞 왼쪽)과 함께 일하는 가족 및 친척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전우용 기자
IMF보다 더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는 요즈음, 동네 노인정 노인들에게 매달 정기적으로 식사를 대접하고 있는 장수본가 김학수(41) 사장.

김 사장은 지난 6월 중순 대전 서구 도마동 농도원 네거리 골목길 구 농도원 자리에 장수본가라는 음식점을 열었다. 돼지갈비, 생선요리, 유기농 쌈밥을 전문으로 하는 작지 않은 식당이다.

김 사장은 서구에서 음식점 문을 연 지 3∼4개월 만에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는 음식점 주인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노인들에겐 어른 공경하고 대접할 줄 아는 싹싹한 젊은이로, 도마1동사무소에는 선행을 베푸는 주목받는 인물로 부각돼 있다.

대전의 유행이 되어 버린 복지만두레가 뭔지는 모르지만 몸으로 만두레 정신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수본가는 동서, 처남이 함께 꾸리는 가게다. 동서끼리 힘을 합쳐 식당을 개업하고 논산에서 농사를 짓던 김 사장의 큰처남 김연중(37·논산시 양촌면)씨가 유기농 야채를 직접 공급하면서 문을 열었다.

김 사장은 대전 도마동이 고향도 아니다. 김 사장이 동네 노인정 노인들을 모셔 식사 대접을 시작한 것은 장사가 특별히 잘되거나 돈이 많아서도 아니고, 사랑과 정이 넘치는 든든한 가족 후원자들이 있기에 가능했는지 모른다.

지난 7월 중순경 "돈을 벌면 사회의 어려운 이들을 위해 멋있게 써 보자"는 김 사장의 제안을 동서이자 주방장인 오인홍(33)씨가 기다렸다는 듯이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실천에 옮겨졌다.

여기에 친자매 내조자인 김 사장의 부인 김진옥(33)씨와 오 주방장의 부인 김희옥(29)씨의 말없는 지지가 양념처럼 곁들여졌다. 부주방장으로 일을 돕고 있는 작은처남 김도영(27)씨의 가세는 말할 것 없었다.

식당 가족들의 마음이 통하자 김 사장은 동사무소에 전화로 노인분들 점심대접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동근(58) 도마1동장은 "부임한 지 며칠되지 않았는데 '예전엔 어디서 동네 노인분들에게 식사대접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한번 대접해 보고 싶다'고 전화를 해 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노인정 음식잔치는 가족잔치처럼 치러진다.

김 사장은 음식을 나르고, 오 주방장은 음식을 만들고, 부인들은 야채도 썰고 밑반찬도 만들고 말없이 손발을 맞춘다.

큰처남 김씨는 노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날은 어김없이 농사일을 접어 두고 식당에 나와 두 손을 걷어붙이고 노인분들의 식사를 돕는다.

도마1동 관내 3개 노인정이 있는데 한달 간격으로 100여명의 노인들에게 중식과 고기를 대접한다.

돈으로 따질 일은 아니지만 매회 150여만원이 소요된다.

▲ /사진=전우용 기자
도마1동사무소는 식사 대접이 있는 날이면 10여명의 직원이 자기 차를 이용해 노인분 수송 등 자원봉사에 나선다.

이 도마1동장은 "돈 많은 사람들도 하기 쉬운 일이 아닌데 내 부모같이 생각한다면서 젊은 사람이 나서는 모습에서 감명받았다"면서 "시청 홈페이지에 선행사례로 소개도 하고 식사 날이면 노인분들을 수송하기 위해 10명의 동사무소 직원이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정작 김 사장은 "가까운 동네 노인분들께 내 부모라 생각하고 한끼 식사를 대접한 것일 뿐"이라고 겸연쩍어 했다.

김 사장은 시골에 부모님이 계시는데 명절 때만 찾아뵙는? 것이 항상 죄스러워 도마동에 식당을 개업하기 전에도 식사를 대접해 왔다고 한다.

"사실 동네 노인들께 한끼 식사 대접을 한다 해도 큰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가까이 계신 부모님처럼 생각하고 마음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또 "큰처남, 동서 오 주방장, 처갓집 식구들 모두가 한뜻으로 분주히 왔다 갔다하며 고생하지만 어르신들이 '배불리 잘 먹었어'라고 한마디하시면 피로가 싹 풀린다"고 웃음을 지었다.

'장수본가' 상호 그대로 이들 가족의 식사 봉사가 동네 노인분들의 장수를 이끌었으면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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