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21건서 지난해 852건, 수사확대논의 없고 제보 기다려

검찰과 경찰 등 수사당국이 장애인 성폭력 사건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경찰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전국적으로 293건이었던 장애인 대상 성폭력 범죄 발생 건수는 2010년 321건, 2011년 494건, 2012년 656건, 2013년 852건 등으로 5년 만에 2.9배 이상 급증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가 지난해 전국 장애인성폭력상담소 20곳에 접수된 성폭력 상담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는 1673명이며, 이 가운데 지적장애인은 1227(73%)명에 달한다.

장애인 성폭력 가해자는 피해자의 가족, 친인척, 인근 주민, 직장 관계자, 애인 등 평소 아는 ‘면식범’인 경우가 전체의 67.3%를 차지했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경찰은 지난 24일 장애인 단체와 만나 장애인 성폭력 관련 대책을 논의했지만 이 문제에 대한 실태 파악 없이 이뤄진 ‘땜질식’ 대처라는 비난이 거세다. 지난달 대전에서 발생한 지적장애인 초등학생에 대한 성폭력 사건의 경우 정부 바우처 사업을 맡아 운영하는 지역의 한 장애인 단체에서 파견한 활동보조인에 의해 저질러졌다.

이번 사건을 놓고 지역의 일부 장애인 단체의 활동가들은 “터질 일이 터졌다”고 말한다.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실제 지역에서도 그런 일들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지만 쉬쉬하며 넘어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정부 지원금을 받아 운영하는 장애인단체를 중심으로 ‘인간 시장’이 형성돼 있어 단체가 장애인 보호막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일도 다반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검찰과 경찰이 손쉽게 기관의 담당자나 장애인 단체의 ‘말’을 듣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장애인 성폭력이 발생하는 실질적인 매커니즘을 성실하게 파악해 날카로운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 개선을 위한 검·경의 의지에는 큰 물음표가 붙는다.

장애인단체가 파견한 활동보조인에 의해 지적장애인 초등생이 성폭행을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에도 불구하고 대전지검과 대전경찰은 지역의 지적장애인 성폭력 피해 실태를 파악해 이를 척결하기 위한 수사 확대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달 지적장애인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해당 남성에 대해 여죄 조사를 벌였지만 추가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고, 지역의 장애인 성폭력 피해 부분에 대한 수사 확대는 아직 논의된 바 없다”며 “누구라도 유사 사례에 대한 제보를 경찰에 해온다면 수사에 착수할 용의는 있다”고 해명했다.

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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