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춘추] 강준배 충남도 안전총괄과장

현대인은 고도로 복잡한 기술과 시스템에 의존하기 때문에 편리한 삶을 살아가지만 그로 인해 위험과 사고에 노출되는 빈도도 높아진다. 특히 세월호 참사나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등을 보면서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백이 경고했던 '위험사회'가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일련의 사건을 통해 더 이상 재난이 특수한 경우에 발생하는 일회적 현상이 아닌, 개인들 삶의 곳곳에서 당사자로 직면하게 되는 위협요소임을 국민 모두가 자각하게 됐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자명하다. 정부와 시민, 시장이 힘을 모아 재난의 예방·대비·대응·복구 등 각 단계마다 빈틈은 없는지 돌아보면서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또 제도와 매뉴얼을 정비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훈련하며 어느 순간 닥쳐올지도 모를 재난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우리 충남도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재난을 44개 유형으로 나누고 이에 대한 매뉴얼을 새롭게 정비했다. 물론 매뉴얼이나 계획은 단지 '문서'일 뿐이다.

시카고대학의 리 클라크 교수는 '완벽하게 만들어진 계획은 문서만 있으면 모든 상황이 통제가능하다는 환상을 만들어낸다'며 문서에 대한 의존을 경계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도의 매뉴얼 역시 지속적인 훈련에 의한 숙달이 없다면 '재난에 대비가 다 되어있다는 환상을 만들어내는 문서'일 뿐이다.

특히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패닉상태에 빠져 정상적인 사고가 힘든 재난상황을 고려하면, 매뉴얼을 완비해놓았다고 해서 이것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낙관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이에 따라 우리 도는 실제 재난이 발생했을 때 매뉴얼이 도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로 작동할 수 있도록 재난대비훈련을 실질화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재난대비 훈련을 매달 반복해서 실시하며 예고형 훈련에서 기습형 훈련으로 도상 훈련에서 실질 훈련으로 실시할 계획이며 훈련결과에 대한 철저한 피드백을 통해 미비한 점을 개선해나갈 예정이다. 9·11테러가 발생했을 때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해 있던 회사 중 평소 재난 대비 훈련에 철저했던 모건스탠리만이 2600여 직원 대부분이 생존할 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자랑하는 월스트리트 직원들로서는 시간과 불편이 수반되는 대피 훈련에 대한 불만을 가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재난을 겪은 후 대피훈련에 소비한 시간이 생명을 보호해주는 아주 값진 것이었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재난 대비 훈련은 불편을 수반한다. 도에서 계획 중인 재난대비 훈련 또한 불가피하게 공무원뿐만 아니라 관계기관, 도민들에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하지만 재난의 위험이 일상화되어버린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볼 때 재난대비 훈련은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며 무엇보다 값진 투자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하고 기쁜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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